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심야에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를 보면서 당혹감과 함께 창피함을 느꼈다는 국민이 적지 않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루며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인데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계엄’이 튀어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1979년 마지막 계엄 이후 상전벽해라고 할 정도로 달라졌다. 세계 10위권 국력을 갖춘 글로벌 리더로 성장했다. 주요 경제국 모임인 G20 회원국이자 강대국 모임인 G7 가입도 가시권이다. 올해 수출은 역대 최대인 6850억달러로 예상되는데 일본 추월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일 간 수출 격차는 2008년 3599억달러였으나 올 상반기엔 35억달러까지 줄였다. 광범위한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몇 안 되는 국가다. 유럽에 전투기와 탱크, 자주포, 미사일을 판매하는 세계 6위의 군사 강국이기도 하다. 올해 K원전은 역대 최대인 24조원짜리 체코 원전을 따낸 데 이어 20조원 규모의 불가리아 원전 수주에도 성공하며 ‘원전 르네상스’를 열었다. K팝과 드라마, 영화와 같은 한류는 세계인을 열광시키고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문화 강국 위상은 더 굳어졌다.

이번 계엄령은 전 세계인이 한국의 융성을 높이 평가하고 칭송하는 시기에 선포된 것이다. 국민은 완전히 잊고 있었고 영화에서나 보던 ‘계엄사령부’ ‘계엄군’ ‘포고령’ 등을 직접 듣고 현실인지 의아해 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로 간 것 같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외국인들은 ‘여기가 북한인 줄 알았다’ ‘21세기에 믿을 수 없는 사건’이란 반응을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