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 사태 후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국무위원 전원도 사의를 밝혔다. 하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무위원들과 중지를 모아 국민을 섬기겠다”고 밝혔다. 국무위원들이 사의를 밝혔더라도 국정은 한순간이라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계엄을 건의했다는 국방부 장관은 즉각 해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군을 지휘통솔하는 국방부 장관과 함께 대통령실 안보실장까지 사의를 표명한 전례 없는 상황이다. 안보 태세에 빈틈이 없도록 국방 컨트롤 타워부터 신속히 세워야 한다.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동돼 움직이는 금융시장에서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과 기민하게 소통하고 대응해야 한다. 계엄 여파로 4일 국내 증시는 장중 한때 2% 넘게 하락했지만 ‘패닉(공포) 장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환율도 빠르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 당국이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고 10조원 규모 증시안정펀드가 언제든 가동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구두 개입 하면서 신속하게 시장 안정화에 나선 덕분이다. 계엄의 여파가 길지 않아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의 국가 신용 등급에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끝이 아니다. 민노총은 총파업을 선언하고 정치 투쟁에 나섰다. 가뜩이나 ‘트럼프 쇼크’로 전전긍긍하는 기업들이 극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또 다른 파고에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경제 발목을 잡아온 국회는 탄핵 정국으로 가고 있다. 정부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은 물론이고 한시가 급한 반도체 특별법,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폐장법 등 각종 산업 지원 법안들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 혼란의 후폭풍을 경제가 떠안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