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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9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육군 특수전학교에서 열린 '특전부사관 257기 임관식'에서 신임 특전부사관들이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군의 자존심과 명예에 큰 상처를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 극소수를 제외하면 이번 계엄 사태에 투입된 병력 다수는 소극적으로 행동하거나 일부는 명령을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

유사시 북 지휘부 타격 임무를 해 ‘참수부대’로 불리는 특전사 707 특수임무단 대원들은 대북 작전으로 알고 헬기에 탑승했는데 도착한 곳이 국회여서 당황했다고 증언했다.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명령에 이들은 “최정예 군인인 우리를 이용해 국회에 투입할 수 있느냐”며 작전에 소극적으로 임했다고 한다. 이들은 “우린 국회 구조도 모르는데 실제 작전이 이런 식이었다면 다 죽었을 것”이라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박봉에도 명예와 자부심, 애국심으로 헌신하는 군인들에게 누가 이런 참담함과 모욕감을 줬는지 개탄스럽다.

윤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명령을 받아 작전을 지휘했던 장성들의 모습도 실망스럽다. 6일 하루 종일 이들 핵심 부대 지휘 장성들이 민주당 의원들의 사적 방송이나 인터뷰에 나와 변명을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자기 죄만 모면하려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군의 군인들이 이런 지휘관들을 보며 느꼈을 감정이 어떻겠나.

국방부는 6일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 방첩사령관 등 계엄군 지휘관 3명의 직무를 정지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내란죄 등으로 고발된 육군 참모총장 등 현역 군인 10명에 대한 출국 금지를 법무부에 신청했다. 핵심 국방 인력들이 교체되거나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국방의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새로운 군 지휘부로 신속히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핵심 책임자들의 직무가 정지된 이상 정치권도 군을 더 이상 망가트려선 안 된다. 군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회복시키고 정상화시키는 일은 이렇게 군을 훼손한 책임자들이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