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와 국무위원들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총리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읍소했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총리 탄핵을 강행했다.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27일 국무위원을 대표한 입장문을 통해 “국가적 비상 상황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우리 경제와 민생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를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했지만, 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강행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국무총리의 담화 때문에 또다시 주가가 떨어지고 환율이 치솟았다”면서 경제 불안 원인을 한 대행 탓으로 돌렸다. 이날 달러당 1467원에서 출발한 환율은 이 대표의 ‘총리 탄핵’ 발표 후 1487원대로 치솟았다.

국민의힘도 진화에 나서기는커녕 국회 대통령 탄핵 절차를 지연시키고, 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를 압박하는 등 정치 불확실성을 키우며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행태를 보여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총리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자마자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면서 책임을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정치권의 ‘네 탓’ 공방과 “대행의 대행” 체제를 낳은 정치 파행은 환율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투매를 촉발하는 등 경제를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 외환 당국이 환율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환율 1500원 붕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 급등은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비중이 큰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강달러로 인해 기업들은 원자재 비용과 달러 빚 부담이 커져 초비상 상태다. 수입 물가 상승은 취약 계층의 생활고를 가중하고 소비 침체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해외 언론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를 더 압박하고 있다”(블룸버그 통신), “금융시장을 뒤흔든 정치 파행이 심화되고 있다”(AP통신)며 한국의 정치 리스크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정치 불안을 피해 외국인 투자자의 탈출이 본격화한다면 외환보유액 4000억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경제 위기에 휩싸일 수도 있다. 성장률 추락, 내수 침체로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취약해진 상태에서 트럼프 2기의 관세 폭탄이 몰고 올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앞날이 캄캄한데, 정치권은 ‘네 탓’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하면서 경제가 감당하기 힘든 충격파에 내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