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역시 ‘설마’ 하는 생각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동체 착륙을 한 사고 여객기는 활주로 끝의 로컬라이저 구조물에 충돌하면서 폭발했다. 로컬라이저는 조종사의 항공기 착륙을 돕는 설비로, 활주로 중심선에 맞추도록 수평 방향 정보를 제공한다. 만약의 경우 비행기가 활주로를 지나쳐도 충격이 없도록 그 경우 부러지도록 설계된다. 하지만 무안공항의 경우 경사진 지형 때문에 로컬라이저가 둔덕 위에 설치돼 있었고 둔덕 자체가 단단한 콘크리트로 보강돼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여수공항이나 포항경주공항 등도 같다며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둔덕을 설치하는 것이 극히 이례적이라고 한다. 미국 등 해외는 말할 것도 없고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공항안전운영기준에도 로컬라이저는 잘 부러지는 구조로 세워야 한다고 되어 있다. ‘설마’ 사고가 나겠느냐는 생각에 이런 구조물을 만든 것이다.
무안공항은 갯벌과 4곳의 철새 서식지 가까운 곳에 건설돼 새 떼 출몰이 잦은데도 조류 예방 시설이 전무하고 전담 인력조차 전국 공항 중 하위권이다. 2022년 조류 관련 영향평가에서 가장 높은 ‘위험수준3′을 받았다. 신속히 추가적 위험 경감 대책을 마련하라는 진단이 나왔지만 제대로 이행한 것이 없다. ‘설마’ 한 것이다.
무안공항은 운항 편수 대비 조류 충돌 발생률이 0.09%로 전국 14개 공항 중 가장 높았다. 조류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 김해공항(0.034%), 김포공항(0.018%), 제주공항(0.013%)보다 월등하게 높다. 그런데도 무안공항의 조류 퇴치 전담 인력은 총 4명으로 전국 14개 지방 공항 가운데 하위권이다. 김포공항(23명), 제주공항(20명), 김해공항(16명)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 사고 당시 야간조 인력 1명과 주간조 인력 1명이 교대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류 사고를 예방할 설비도 전무했다. ‘설마’는 자주 사고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번 터지면 비극적 참사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