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00:00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소화기를 뿌리며 난동을 부리고 있다. 2025.1.19 /뉴스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흥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 수백 명이 경찰 저지를 뚫고 서울 서부지법 정문과 창문을 부수며 난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법원 집기와 시설물을 파손하고 경찰 방패나 경광봉으로 경찰관을 폭행하기도 했다. 경찰을 향해 소화기도 난사했다. 이런 과정에서 경찰 7명이 중상을 입었다. 일부 시위대는 “판사X 나와라”, “죽여버리겠다”고 외치며 영장을 발부한 부장판사를 찾기도 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80여 명을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체포했고, 검찰도 이 사태와 관련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시위대가 법원에 난입해 아수라장을 만든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로,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말 그대로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자 중대한 도전이다. 아무리 판사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항의하고 불만을 제기해야 한다. 법원과 판사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기 힘들게 만들어 결국 국민 전체에게 큰 피해로 끼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법원 난입과 판사 위협은 그렇지 않아도 위기에 처한 대통령은 물론 여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느 국민이 영장 발부에 불만을 품고 폭력적인 의사 표현을 하는 세력에 동조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대통령을 위기에 빠뜨린 야당의 정치적 입지만 다져주는 꼴이 된다. 윤 대통령이 변호인단을 통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주시길 당부 드린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적절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경찰도 공권력 집행에서 정치적 풍향을 의식하며 일관성 없이 대처하는 행태를 보이면 곤란하다. 지난 연말 남태령을 넘어온 전농의 트랙터 시위 같은 경우 말 그대로 폭력을 동원한 불법 시위였지만 경찰은 무사 통과시켜주고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집회까지 열도록 허용했다. 이번처럼 시위 주동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시위 주체가 어느 쪽이든 불법행위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응해야 신뢰를 얻고 이런 일의 재발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