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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성장과 실용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핵심 공약인 '기본 소득'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강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핵심 정책인 ‘기본 소득’에 대해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가는 문제가 중요하다”며 “심각하게 (재검토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또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며 “성장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의 동력”이라고 했다. ‘기업’ ’성장’을 10차례 이상 언급하고 ‘민간 주도 성장과 정부 지원 체제’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모든 국민에게 기본 소득·주택·대출 등을 제공하는 ‘기본 사회’ 공약을 내세웠다. 당 강령에도 넣었다. 그런데 이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 실용 노선으로 중도 표를 얻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민주당의 폭주에 대한 국민적 반발과 지지율 정체에 따른 위기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쨌든 국회를 장악한 당의 대표이자 유력 대선 주자인 이 대표가 ‘경제·성장 우선’ ‘기본 소득 재검토’ 입장을 밝힌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문제는 이것이 선거용 발언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당대표 출마 때도 지지율이 떨어지자 ‘먹사니즘’을 내세웠다. 성장을 14차례 강조하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가 경쟁력과 미래 먹거리의 핵심인 반도체 육성 특별법은 몇 달째 표류 중이고 전력망 확충법과 AI 기본법 등 경제·민생 법안도 줄줄이 국회에 붙잡혀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막무가내 중대재해처벌법, 민노총 해악 등 노동 개혁을 기업들이 그토록 호소해도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러고서 무슨 ‘성장’인가.

이 대표식 기본 소득이란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다. 거기에 드는 천문학적 세금을 누가 감당하나. 다른 복지 혜택을 없앤다고 하지만 민주당이 가장 먼저 반대할 것이다. 이 대표는 기본 소득을 재검토하겠다지만 ‘전 국민 25만원 현금 살포’ 같은 포퓰리즘은 그대로 주장하고 있다. 쌀이 남아돌아 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쌀을 국민 세금으로 다 사주겠다고 한다. 그러면 쌀이 더 남아돌게 된다. 이미 일부 지자체는 주민들에게 지역 화폐를 경쟁적으로 살포하고 있다.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선언한 이 대표는 최우선적으로 반도체 특별법과 AI 기본법 등 시급한 경제·민생 법안부터 처리해야 한다.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완화에 대해 이 대표는 “실용적, 전향적으로 판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산업 경쟁력은 높아지고 기업들도 박수 칠 것이다. 이념 편향이나 반기업, 포퓰리즘과는 과감하게 결별해야 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