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회계 부정, 부당 합병 등 혐의로 기소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이 6일 “국민과 후배 법조인들께 사과한다”고 했다. 이 회장에 대한 19개 혐의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전부 무죄로 선고되자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기소의 논리를 만들고 근거를 제가 작성했다”며 “법원을 설득할 만큼 준비돼 있지 못했다”고 했다. 항소심까지 7년을 옭아맨 이 회장과 삼성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이 회장 무죄 판결은 검찰의 ‘특수 수사’ 관행을 돌아보게 한다. 검찰은 이 회장을 기소하려고 임직원 110여 명을 430차례 소환하고 50여 차례 압수 수색을 벌였다. 한 기업인과 기업을 이렇게 털었던 사례는 세계에서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수사가 아니라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말살 작전과 다르지 않다. 당하는 측에서 보면 ‘말살’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삼성은 2020년 검찰 수사가 타당한지 따져달라며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수사심의위 요청은 검찰이 스스로 만든 피의자의 정당한 권리다. 그런데 검찰은 즉각 이 회장 구속영장 청구로 보복했다. 오만한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이 이 영장을 기각했고, 검찰 수사심의위도 이 회장을 불기소하고 수사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무려 19개 혐의를 씌워 이 회장 기소를 강행했다. 정상적 수사가 아니라 사람을 표적으로 삼아 사냥을 한 것이다.
범죄 수사는 구체적 혐의와 증거를 따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특수’라는 글자를 붙인 이상한 수사가 있다. 사람을 표적으로 찍고 이 혐의를 수사하다 안 되면 저 혐의를 턴다. 그 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간적 약점을 들춰내 위협하는 것은 상투적 수법이다. 이런 저급하고 반인권적인 수사를 하는 검사들이 스스로 ‘특수통’이라며 우월 의식을 갖고 있다. 검찰은 2019년 특수수사부 명칭을 46년 만에 반부패부로 바꿨지만 ‘특수 수사’ 관행은 여전하다. 수사에 무슨 일반이 있고 특수가 따로 있나. 검찰의 무리한 수사 악습은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