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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뉴스1

지난해 국내 개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거래한 규모는 6352억주로, 1년 전보다 약 13% 줄었다. 반면 해외 거래는 40% 가까이 늘었다. 국내 증시가 주요국들 가운데 가장 부진하자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몰려가는 쏠림 현상이 가속화된 탓이다. 지난해 미국 S&P500지수는 26%, 나스닥지수는 33%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20% 올랐고, 중국상해종합지수와 홍콩항셍지수도 각각 14%, 17% 상승했다. 반면 코스피만 9%, 코스닥지수는 23% 하락했다. 그 결과 미국 주식에 투자한 사람의 72%가 수익을 본 반면 국내 주식에서 이익을 낸 투자자는 48%였다. 상황이 이러니 증시에서 “국장(한국 시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이 같은 추세가 끝날 것 같지도 않다. ‘동학 개미’ 등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던 2021년에 비하면 국내 주식 거래는 무려 48%나 줄었다. 거의 반 토막이다. 반면 해외 주식 거래는 263% 급증했다. AI 혁명으로 엔비디아 등의 주가가 급등하고 증시가 활황을 보여온 미국 시장으로 한국 투자자들이 쏠리는 현상은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가 지난해 초부터 증시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정책을 폈지만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투자자들의 신뢰만 잃고 해외 시장으로의 자금 이탈은 가속화됐다. 한국 증시가 부진에서 벗어나려면 대대적인 기업 구조 조정과 지배 구조 개선, 상장기업 심사 강화,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법령 개정 등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데 전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행된 대책은 모두 겉핥기였다.

미국 증시에서 건강하지 못한 기업의 퇴출은 일상적이다. 그렇게 상장 기업의 질이 유지된다. 그런데 국내 증시에서는 기업 퇴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상장 기업의 질적 개선도 없었다. 국내 상장기업 20%가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 기업들이다. 두산그룹 구조 개편, 고려아연의 기습 유상증자 등 소액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자본시장 활성화가 곧 경제 활성화라는 각오로 특단의 증시 선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다 정말 한국 증시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