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면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국민의힘 전직 지도부 5명이 10일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면회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반대 시위에 2030세대가 많이 나온 데 고무된 표정이었다고 한다. 비상계엄이 합법적이었고 불가피했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에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 등 현직 지도부, 일부 친윤 의원도 윤 대통령을 찾아갔다. 이들은 모두 “개인적 차원” “인간적 도리”라고 했지만, 여당 지도부의 릴레이 대통령 면회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길을 못 찾고 있는 국민의힘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비상계엄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불안과 걱정을 끼쳐 국민께 사과드린다” “처절하게 반성하며 변화와 혁신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시 여당에서는 “천막 당사라도 치고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자”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점령군 행세에 대한 반감으로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자 국민의힘에서는 변화와 혁신, 반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계엄이 정당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정책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 비판 외에 연금 개혁,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에서 민주당에 주도권을 빼앗기는 모습만 보여줬다.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추경 투입이 필요하다는 데에 전문가는 물론 여야에 큰 이견은 없다. 연금 개혁을 포함한 현안 처리를 위해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하는 듯했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일방적 입장을 발표했다면서 뚜렷한 이유 없이 여야정 협의체를 연기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재명 띄우기’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데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연금 개혁과 추경은 현실적으로 당장 필요한 국정 사안이다. 이를 처리한다고 누구 한 사람의 공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이 어깃장만 놓으면 그에 따른 손해가 클 수 있다.

국민의힘은 지지층 목소리에만 반응하다 총선에서 세 번 연속 참패했다. 그 결과가 대통령 한 사람의 탄핵과 또 한 사람의 탄핵 심판이다. 국민의힘이 약속한 변화와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지금처럼 퇴행적으로 가면 지난 총선 세 번과 같은 결과를 받아 들 수 있다. 지지층의 표만으로는 결코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