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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9일 생포한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 두 명을 본지가 최근 우크라이나의 한 포로수용소에서 만났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의 세계 첫 언론 인터뷰다. 각각 북한군에서 10년·4년 복무하다 지난해 10~11월 러시아 쿠르스크로 파병된 정찰·저격수 리모(26 왼쪽)씨와 소총수 백모(21)씨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훈련받으러 유학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러시아 쿠르스크에) 왔다”고 밝혔다. “전투에 참가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정찰·저격수였다는 26세의 리씨는 외아들이지만, 파병 전 3개월간 가족과 연락을 못 했다. 그와 함께 인터뷰에 응한 21세의 소총수 백씨도 외아들이다. 파병된 병사 대부분이 그렇다는데, 이들 태반은 이미 전사했거나 장애를 입었다. 정권 유지를 위해 젊은이들을 가족에게도 비밀로 한 채 ‘유학’이라 속이고 이역만리의 사지(死地)로 끌고 갔다. 김정은 체제라면 하고도 남을 일이다.

이들의 인터뷰는 김씨 정권 치하의 북한 동포들이 어떤 고통 속에 신음하며 살고 있는지를 새삼 보여준다. 2015년 입대한 리씨는 고향인 평양과 가까운 황해남도 신천에서 10년간 군 복무를 했는데, 그동안 단 한 번도 집에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한 번 입대하면 남자는 10년, 여자는 7년을 복무한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군에서 굶기 일쑤고 신체적, 성적 폭행도 일상적으로 자행된다. 그런 실상을 알고는 있었지만, 총탄에 턱이 부서진 북 청년을 통해 직접 들으니 치를 떨게 된다.

리씨는 러시아에 파병되기 전 북한에서도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고 했다. 2019년 12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백두산 인근에 관광 도시를 건설하러 가서 혹한 속 인가 한 채 없는 산중에 병영을 건설했다고 한다. 북한군 대부분은 건설 노예, 농사 노예다. 김정은의 열두 살 딸이 명품 코트를 입고 군 부대 시찰을 다니는 이면에는 북한 젊은이들의 생지옥이 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북한 생지옥에서 러시아 전쟁 지옥으로 옮겨진 사람들이다.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리씨는 “대한민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자신도 꿈이 있다는 말에 눈물이 나온다. 우리 헌법은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북한 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리씨처럼 대한민국행을 원하는 모든 북한군 포로들의 소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 파병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포로 교환 협상을 통해 이들을 북한으로 데려가는 비극만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