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7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에 대해 “국회의 헌재 구성권을 침해했다”고 재판관 전원 일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마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거나 그를 즉시 임명하도록 명령해 달라는 민주당 측 청구는 각하했다. 국회는 작년 12월 재판관 후보자 3인을 선출했지만 최 대행은 여야 합의가 안 된 점을 이유로 마 후보자 임명은 보류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전원 일치 결정을 내린 것은 재판관 결원으로 헌재 기능이 차질을 빚거나 마비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는 4월 18일이면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 현재 8인에서 6인 체제가 된다. 대통령 직무 정지 상태에서 권한대행이 새로 후임을 지명하기도 힘들다. 헌재 재판관들이 헌재 공백을 방치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헌재는 마 후보자 임명 시한을 정하지 않고 최 대행에게 이를 맡겼다. 최 대행은 헌재 결정을 존중하되 임명 여부와 시기는 국무위원·전문가 등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한덕수 총리 탄핵 심판 이후로 미룰 수도 있다.
중요한 문제는 마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참여할 것이냐는 점이다. 마 후보자가 합류하면 탄핵 심판의 공정성을 두고 심각한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정치적으로 민주당에 완전히 기울어 있는 마 후보자가 이미 최후 변론까지 끝난 상황에서 뒤늦게 탄핵 심리에 참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항변한다. 이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마 후보자가 뒤늦게 탄핵 심리에 참여할 경우 새 재판관이 사건 기록을 확인하기 위한 ‘변론 갱신 절차’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도 탄핵 심리 참여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마 후보자는 판사 시절 국회의사당을 폭력 점거한 민노당 보좌진 등에 대해 공소 기각이라는 상식 밖 판결을 내렸다, 그전엔 노회찬 전 민노당 의원의 후원회에서 후원금을 내 구두 경고를 받았다. 그런 마 후보자가 뒤늦게 참여할 경우 공정성에 금이 가고 불복 시비까지 부를 수 있다.
헌재는 그동안 신속성만 앞세운 재판 심리로 졸속·불공정 논란을 자초했다. 다른 탄핵 사건은 제쳐둔 채 마 후보자 사건만 서두르다 선고 2시간 전 연기하기도 했다. 헌재는 마 후보자 임명 전이라도 그를 탄핵 심판에선 제외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기 바란다.
그것이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고 탄핵 심판으로 인한 극한 갈등을 줄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