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 대부분이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만약 조기 대선이 실시돼 당선되면 현재 5년인 대통령 임기를 3년만 하고 개헌을 통해 2028년에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실시하겠다는 임기 단축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이 임기 단축을 통한 개헌 추진 의사를 밝혔다. 안철수 의원도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김동연 경기지사가 분권형 4년 중임제와 책임 총리제를 포함한 개헌을 주장하면서 대통령 임기 2년 단축을 밝혔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야권 대선 주자 대부분도 분권형 개헌에 적극적 의사를 보이고 있다.
대선 때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자신의 임기를 2년이나 단축해 총선과 대선의 주기를 맞추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한 적은 없었다. 말로는 개헌을 약속해 놓고 집권하면 없던 일로 했던 과거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초유의 정치적 위기를 계기로 대통령과 국회, 여와 야가 무한 정쟁을 벌이는 지금의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개헌론이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대를 얻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탄핵 심판 최후 변론에서 개헌 의사를 밝히면서 탄핵이 기각돼도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임기 단축을 밝혔다.
87년 개헌 이후 선출된 대통령 8명 중 3명은 퇴임 후 구속됐고 1명은 수사를 받다 목숨을 끊었다. 8명 중 3명이 재임 중 탄핵소추돼 1명은 파면됐고 1명은 구속된 채 헌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가 됐지만 모든 대통령은 당선만 되면 자기 권력에 누수가 생길까 봐 개헌을 외면했다. 이번엔 임기 단축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과거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이런 흐름을 유일하게 외면하는 건 이재명 대표뿐이다.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선 이 대표로선 개헌과 같은 다른 이슈가 생기는 것이 탐탁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가 개헌을 외면하는 이상 국민의 60%가 찬성하는 개헌은 불가능하다. 과거에도 이 대표처럼 앞서 있는 주자들의 반대로 개헌이 무산되곤 했다. 이 대표만 동의한다면 개헌이 본격 추진될 수 있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우여곡절 끝에 우리 사회는 개헌이라는 뜻밖의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만약 조기 대선이 이뤄지고 이 대표가 끝까지 개헌에 반대하면 이번에는 임기를 2년 단축해 개헌함으로써 나라의 틀을 바꾸겠다는 후보와 개헌 없이 5년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후보의 차별성이 뚜렷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