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후보자가 4일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에 대해 “지난 6~8개월간 한국의 정치적 역학 관계를 고려하면 그 파트너십이 계속될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아시아판 나토가 가능한가’란 질문에 답하면서 나온 말이다. 한마디로 ‘한국 정치의 불안정성’ 때문에 더 폭넓고 지속적인 협력은 어렵다는 얘기다. 콜비가 말한 ‘지난 6~8개월’을 역산하면 대략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여소야대’의 제22대 국회가 출범한 후 도미노처럼 벌어진 더불어민주당의 폭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대통령·국무총리 줄탄핵 등을 모두 염두에 둔 말일 것이다.
특히 미국 측이 주목하는 것은 민주당의 반미 친중 성향일 수 있다. 최근 국내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처음 발의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윤 대통령이) 소위 가치 외교라는 미명하에 북한과 중국·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 정책을 고집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미국 정책 담당자들은 이 놀라운 내용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것이 이재명 대표의 생각인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국 정부의 한·미·일 협력에 대한 입장이 크게 바뀌는 것을 계속 경험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미국이 공들여 성사시킨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파기한 것은 한 예다. 2016년 체결된 한일 군사비밀정보 보호협정도 문 정부 출범 후인 2019년 파기 직전까지 갔다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압박으로 겨우 유지됐다. 이후 윤 정부가 출범해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한·미·일 협력이 궤도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계엄과 탄핵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이 한국 정치와 민주당을 불신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어떤 계산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만약 한국에서 본격적인 반미 친중의 신호가 나오면 한미 동맹은 그야말로 풍전등화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