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지난 4일 갑작스런 법정관리 신청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납품업체들과 기업어음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연합뉴스

사모펀드 MBK가 대주주인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돌연 기업 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납품업체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기업이 신용등급 강등에 몰리면 뼈를 깎는 자구 노력부터 하는 것이 정상인데, 홈플러스는 야밤에 기습적으로 법정관리 신청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법정관리 신청 며칠 전까지도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어음(CP)을 팔며 빚을 더 늘려왔다. 부도덕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도 인수 대금의 40%가 넘는 3조여 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조달했다. 이후 알짜 점포까지 매각해 대출금을 갚았는데, 그 과정에서 본업 경쟁력이 추락해 영업 적자가 계속되는 악순환을 자초했다. 홈플러스의 갑작스러운 법정관리행으로 직원 2만여 명과 물건을 납품하는 협력 업체 수천 곳이 곤경에 처했다. 남의 돈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자산 매각으로 배를 불린 뒤, 본업 경쟁력 저하로 실적이 나빠지면 나 몰라라 하는 ‘먹튀 경영’의 전형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자회사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투자 자회사가 낙찰 가격을 3000억원이나 깎아주고, 그로 인해 산업은행이 1조원대 손실을 보았는데도 자회사는 도리어 거액의 이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 자회사는 산업은행의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매각에 성공했다는 이유로 750억원의 성공 보수를 챙기고 임직원들이 성과급 45억원까지 나눠 가졌다. 그런데도 모기업 산업은행은 아무 제동을 걸지 않고 방치했다. 산업은행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사람들이 자회사 대표이사와 임원진으로 포진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낙하산 전관(前官) 예우를 해주느라 국민 세금을 낭비한 것이다.

MBK는 ‘먹튀 경영’ 행태로 수많은 납품업체와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끼쳤고, 산업은행 자회사는 혈세를 눈먼 돈으로 여기는 도덕적 해이로 손실을 끼쳤다. 투자 기업들의 탐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