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6-2부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대표의 허위 사실 공표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한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1심은 지난 대선 때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 등과 ‘해외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한 것,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고 말한 것을 허위 사실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이 발언이 “주관적 인식”이거나 “의견 표명이고 행위에 관한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김문기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대장동을 개발할 때 핵심 실무자였다. 김씨가 극단 선택을 하자 이 대표는 김씨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고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이 대표는 김씨를 모른다고 해 대장동 사건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이는 주관적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대장동 비리라는 대형 사건의 책임과 직접 관련된 문제다. 판결처럼 단순히 ‘주관적 인식’이라고 일축할 성격이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백현동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직무 유기 등으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용도 변경을 해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성남시 문건에 국토부가 용도 지역 상향을 압박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성남시와 국토부 공무원 20여 명도 “협박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1심은 이를 근거로 “용도 지역 변경은 성남시 자체 판단”이라며 이 대표 발언이 허위라고 했다.
그런데 2심은 이것이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고 했다. 협박 여부가 어떻게 의견 표명이 될 수 있나. 2심은 또 이 발언이 이 대표가 한 ‘행위’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무죄라고 했다. 선거법은 피의자가 한 행위에 대한 거짓말을 처벌토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용도 상향의 결정권자가 용도 변경을 해주고 나중에 문제가 되자 있지도 않은 ‘협박’ 때문에 해줬다고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궤변처럼 들리는 판결이다.
대법원은 2020년 총선 기간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 주고도 “(조 대표 아들이) 실제 인턴을 했다”며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에게 벌금형을 확정했다. 이 사건도 이번 2심 재판부 논리대로라면 최 전 의원이 한 행위에 대한 거짓말이 아니어서 무죄가 된다. 말이 되나. 그런데 정작 이번 2심 재판부는 최 전 의원 사건에선 벌금형을 선고했다. 사건에 따라 오락가락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판단하면 앞으로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는 사문화될 것이고 우리 선거는 거짓말 천국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권 때 대법원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 선거 토론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허위 발언을 해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해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TV 토론에서는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황당한 판결이었다. 작년 11월 이 대표의 위증 교사 사건 1심 재판부는 이 대표를 위해 위증한 사람은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 대표에게는 “고의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모든 일이 우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