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전국 성인 1000명의 정신 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차라리 죽었으면’ 하거나 ‘자해’를 생각한다는 응답이 2018년 4.6%에서 이번엔 22.2%로 증가했다. 4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국민의 5분의 1 이상이 극단 선택과 자해를 생각한다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 조사에선 일상에서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49.9%였다. 이 역시 2018년의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최근 우리나라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도 이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극단 선택 사망자는 하루 39.5명이었다.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다. 다른 나라는 점차 자살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오르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살률 문제야말로 진짜 국가 비상사태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상황이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듯이 정신 건강도 의사 진료 받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신 건강은 제때 올바른 치료를 받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요즘은 약물이 좋아져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고 효과도 좋은 약이 많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치료를 꺼리는 것은 자신의 정신적 문제가 알려져 여러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사회엔 이런 분위기가 있다. 우울감이나 정신 건강 악화를 느낄 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참는 편’이라는 답은 88.3%에 달했다. 네 명 중 한 명(25.7%)은 가족·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이런 사실을 털어놓지 않는다고 했다.
누구나 감기에 걸리듯 가벼운 정신 질환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정신 질환에 대한 낙인이나 편견을 없애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사보험 가입 시 개인의 질병 정보를 요구하는 것과 같이 아직도 일부 남아 있는 관행은 적절한 규제로 없애나가야 한다. 감기를 방치하면 폐렴으로 발전하듯, 경증인 우울증을 방치하고 의료진 상담이나 약물 치료를 피하다 보면 중증 질환으로 악화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