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화력발전소가 생산한 전기를 아산·탕정 디스플레이 산업 단지로 보내는 길이 44.6㎞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가 완공돼 2일 준공식을 가졌다. 2003년 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송전망 건설 계획이 포함된 이후 완공까지 무려 22년이 걸렸다. 당초 2012년 준공이 목표였는데, 13년이나 지체됐다.
주민 반발과 소송 등으로 입지 선정에만 11년이 걸렸고, 인허가에도 수년이 걸렸다. 환경 단체의 반발로 송전탑 위치를 해상으로 옮기고, 철새 보호를 위해 겨울철에는 공사를 중단하는 등 온갖 걸림돌 탓에 공사 기간도 예정보다 훨씬 길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송전선로 건설 지연은 이제 일상이 됐다. 신한울 원전과 이어지는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당진화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실어 나를 당진화력~신송산 송전선로도 각각 5년, 7년씩 지연되고 있다. 삼성, 포스코 등이 수조 원을 투자해 동해안에 지은 민간 화력발전소들은 송전선로가 없어 발전소를 사실상 놀리고 있다. 오죽 답답하면 발전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한전을 제소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겠나.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인공지능) 중심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력 인프라는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622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인데, 이곳의 전력 수요만 해도 현재 수도권 전력 수요의 4분의 1인 10GW에 달한다. 2036년까지 송배전망을 만든다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요원하다. 첨단 산업 단지가 전기가 없어 노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다행히 지난 2월 말 정부가 보상 및 지원안을 마련해 주민 갈등을 중재하고 각 부처의 인허가 절차를 통합해 송배전망을 최대한 빨리 구축할 수 있게 하는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장애물이었던 제도 문제는 해결의 물꼬를 텄지만 문제는 투자 재원이다. 투자금을 대야 할 한전이 탈원전과 전기 요금 동결 여파로 204조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2036년까지 추가 건설해야 할 송전선로 2만2491㎞를 까는 데 필요한 56조원을 조달할 길이 막막하다. 정부는 전기 요금 정상화를 포함해 송전선로 투자 재원 해법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