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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어느 때보다 개헌의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크다”며 6월 초로 예상되는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우 의장은 “개헌은 시대적 요구”라며 “승자 독식 위험을 제거하고 국민 통합으로 가기 위해 권력을 분산하고 협치를 실효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투표법을 개정하고 국회 헌법개정특위도 구성하자고 했다.

작년 말 계엄 사태 이후 넉 달간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혼란을 겪었다.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 소추당하면서 경제·안보 위기가 심화되고 국민 고통과 국정 혼란은 가중됐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 독식의 헌법 체계가 한계를 드러냈다. 모든 것을 제도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헌법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나라를 원만하고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그동안 대통령은 일방적 국정 운영으로 전횡하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며 발목 잡는 행태가 반복돼 왔다. 협치는 실종되고 ‘너 죽고 나 살자’식 극한 대립과 갈등이 되풀이됐다. 1987년 개헌 이후 대통령 3명이 퇴임 후 구속됐고 1명은 수사 중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2명은 탄핵으로 파면됐다.

노동·교육·연금·규제·교육·의료·공공 개혁 등 핵심 국정 과제는 대결의 정치에 막혀 나아가지 못했다. 국익 우선 대신 선거 유불리와 당리당략이 정치를 좌지우지했다. 포퓰리즘·선심 정책이 난무하고 정쟁의 악순환은 끝없이 반복됐다. 이래선 경제·사회적 발전과 도약은 기대하기 어렵다. 젊은 세대의 미래도 기약할 수 없다.

개헌에 대한 공감대는 국민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당대표 등 여야 원로와 헌정회 등 관련 단체들은 “이번 대선 때 개헌을 추진해 후진적 정치를 바꾸고 국가의 미래를 열자”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수·진보 구분 없이 권력 분산과 협치를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 60%가량도 찬성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내 개헌특위를 발족시켰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국가적 위기가 뜻밖에 개헌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여야 주요 대선 주자도 개헌에 적극 찬성한다. 일부는 2028년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실시하기 위해 임기 단축 개헌을 하자고도 했다. 유일하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만 소극적이다. 이 대표는 3년 전 대선 때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면서 “당선되면 임기를 1년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대선 이후 국회 개헌특위 구성도 제안했다. 그런데 이제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자 태도가 달라졌다. 민주당의 이 대표 측근들도 우 의장 제안에 반대나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로선 개헌이 대선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탐탁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기 대통령 임기와 권한이 보장된다면 불리하거나 손해 볼 일이 없다. 적극적 개헌 의지를 보이면 국민 지지가 높아질 수도 있다. 6월 초로 예정된 대선까지 시간상 제약으로 개헌을 마무리하기 어렵다면 구체적 개헌안을 공약으로 내세운 뒤 대선 후 국민투표에 부칠 수도 있다.

그동안 주요 대선 후보는 개헌을 공약했다가 당선이 유력해지면 입장을 뒤집곤 했다. 역대 대통령도 자기 권력에 누수가 생길까 봐 개헌을 외면했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그래야 후진적 정치를 바꾸고 한 단계 도약할 국가 시스템을 세울 수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적극적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힘들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