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오는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마은혁 재판관도 임명했다. 이, 함 후보까지 임명되면 헌재는 9인 완전 체제가 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 대행의 후보 지명은 위헌이라며 권한쟁의 심판이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 대행과 최상목 부총리에 대한 쌍탄핵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 함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이들을 탄핵하겠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작년 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정부와 민주당, 국민의힘이 벌인 헌재 갈등이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 대행이 국회 추천 마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자 민주당은 곧바로 한 대행을 탄핵소추했고, 최상목 부총리도 탄핵하겠다고 위협했다. 윤 전 대통령 조기 탄핵을 위한 목적이었다.
이번엔 한 대행이 대통령 궐위 상태에서 헌재 결정 지연 사태를 막아야 한다며 재판관 후보 지명을 강행했다. 국힘은 환영했지만, 민주당은 “월권이자 정신 나간 일”이라고 반대했다. 양측이 서로 선호하는 재판관을 임명하기 위해 기존 입장을 뒤집으며 힘겨루기에 나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정당 간 전쟁터가 된 것 같다.
그동안 민주당과 국힘은 헌재 앞에서 앞다퉈 릴레이 시위·회견을 하고 장외 집회도 열었다. 시위대와 유튜버들은 헌법재판관 실명을 거론하며 신변 위협을 했다. 김어준씨는 “헌법재판관도 탄핵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재판관 임명을 막거나 임기를 마음대로 늘리는 법안을 냈다.
헌재도 정파적인 행태로 논란을 자초했다. 헌재 사무처장 등은 재판관 공식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등의 자의적 발언을 했다. 정략적 탄핵이 명백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소추안에 대해 민주당 측 추천 재판관 4명은 탄핵 찬성에 손을 들었다. 이 때문에 헌재 결정 불복과 불신 여론은 40%를 넘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찬반론이 있다고 한다. 아직 그런 상황도 없어 전례를 따지기도 힘들다. 그런 점에서 법적·정치적 숙의 과정이 좀 더 필요했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한 대행 등 내각에 대한 줄탄핵까지 예고하는 것은 지나치다. 헌법재판관 탄핵은 더욱 안 될 말이다. 헌재가 하루빨리 극한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