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6·3 대선 후보를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해 선출하기로 했다.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 110만여 명과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파 국민 100만명의 여론조사를 선거인단 삼아 뽑는 것이다. 2002년 대선 이후 일반 국민도 경선에서 한 표를 던지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번엔 여론조사로 대체됐다. 일반 국민도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는 비명계 요구는 묵살됐다. 당원 투표와 ‘역선택 방지’ 여론조사로만 후보를 뽑으면 민주당을 장악한 이 전 대표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게임의 룰인 경선 방식은 후보들 간 사전 협의와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비명계 김두관 후보 측은 “(사전에) 어떤 논의나 소통도 없었다”고 했다. 일방 통보라는 것이다. 김동연 경기지사 측은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어낸 민주당의 국민 경선 원칙을 파괴한 것”이라고 했다. 2002년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3% 지지율로 출발했지만 일반 국민 투표 방식에서 바람을 일으켜 대선까지 휩쓸었다. 이번 경선 룰을 결정한 특별당규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임명한 사람이다. 선수가 심판을 선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지지율이 월등한 선두인데도 이 전 대표가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2021년 대선 경선의 경험과 무관치 않다. 당시 이 후보는 경선 과반 득표로 1위를 달리다가 대장동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낙연 후보에게 역전을 당할 뻔했다. 자칫 결선 투표까지 치를 수 있었던 아찔한 경험 때문에 100% 자신의 승리가 보장되는 경선 방식을 택하려 하는 것이다. ‘이재명 맞춤형’ 경선 룰이 발표되자 김동연 지사는 “들러리 경선”이라고 했고, 전재수 의원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총선 전후로 민주당은 이 전 대표에 대한 충성심을 앞세운 세력들이 당 전체를 장악했다. 총선 공천 때 비명계 학살을 두고 ‘비명횡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내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 “(비명계가) 움직이면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는 등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서나 볼 법한 충성 경쟁, 비민주 언어들이 횡행했다. 비명계에겐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 대선 경선 룰까지 결정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추대를 하지 경선 과정이 왜 필요하냐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