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상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기존안에다 집중 투표제, 감사 위원 분리 선출 등을 추가해 더 강한 개정안을 만들어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기업계 반발에 대해서는 “이기적인 소수의 저항” “규칙 안 지켜 부당한 이익 얻으면서 어떻게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상법 개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해소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고도 했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된 원인으로 기업의 소극적 주주 환원, 후진적 지배 구조 등이 꼽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중복 상장’ ‘쪼개기 상장’과 같은 대기업 행태는 한국 증시의 후진성을 보여준다. 대기업의 순환 출자 고리를 끊고 구조 조정을 돕자는 취지로 ‘물적 분할’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를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면서 대주주 이익을 챙기는 제도로 악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중복 상장 비율은 18.4%로 일본(4.38%), 대만(3.18%), 미국(0.35%) 등 주요국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이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주도한 상법 개정안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안대로라면 이사들이 경영 결정을 내릴 때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공정하게 따져야 하는데 주주 범위가 너무 넓어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모호한 내용이다. 이 법을 근거로 1주를 가진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소액주주 피해를 막는다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중소·영세기업까지 적용되는 상법 대신 상장 기업에만 적용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충분하다는 기업계 지적에 일리가 있다.
증시 활성화를 위해 상법을 바꿔야 할 부분이 있는지는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성장 동력이 떨어져 쇠퇴하는 기업이 증시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데 있다. 지금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사업 모델 중 57개는 한국에서는 창업조차 불가능하다. 10대 수출 품목 중 8개가 20년째 그대로다. 새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기업들이 신바람이 나서 뛰지 않는데 상법을 아무리 고쳐도 증시가 활성화될 수 있겠나. 기업계 전반이 이토록 우려하는 상법 개정을 밀어붙이기만 해서 기업의 분발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