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는 백악관을 비롯해 링컨 기념관,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등 세계적인 명소가 즐비하다. 그런데 그 쟁쟁한 목록에서 우리 옛 공사관이 최근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는 소문이다.

백악관 북동쪽의 로건 서클에 위치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1882년 조선과 미국의 외교 협정 체결에 따라 1887년 초대 공사로 박정양이 임명된 후 1889년 외교 공관으로 개설된 곳이다. 이후 1905년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일본에 강탈되기 전까지 16년간 풍전등화 같던 우리 외교의 중심이자 서글픈 역사의 일부가 되었다. 2만 5000달러에 매입한 건물은 1910년 단돈 5달러에 일본에 강제 매각 당했다. 2012년에 이르러서야 정부와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350만달러에 매입되어 고국의 품에 다시 돌아왔다.

사실 주미 공사관은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문화유산이다. 원래는 1877년 정치가이자 외교관이었던 세스 L 펠프스의 저택으로 지어졌다. 대한제국 공사관이 강제 철수된 이후 몇 번의 소유권 변경을 거쳤지만 그 원형은 그대로 간직되었다. 이는 현재 워싱턴 DC에서 19세기에 세워진 외교 공관 중 유일하다. 실제로 공사관이 위치한 로건 서클 일대는 1972년 역사지구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어, 문화재청은 공사관의 원형 복원 작업뿐만 아니라 2018년 개관 이후에도 그 관리에 있어 미국 정부 및 지역 주민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이처럼 두 개 이상의 국가가 역사·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유산을 ‘공유 유산’이라고 한다. 한국의 공유 유산은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네덜란드·프랑스·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이자 프랑스에서도 유명한 예술가 이응노의 파리 아틀리에나 헤이그의 이준 열사 기념관 등이 그 예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국가 간의 갈등이 심한 요즘, 국경을 넘는 공유 유산을 통해 한국과 여러 나라의 협력이 더 확대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