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불교 행사 두 건이 젊은 층 사이 큰 화제였다. 하나는 4~7일 열린 서울 강남 국제불교박람회.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K팝 걸그룹 하이키와 대담을 나누는 현장에 ‘번뇌멈춰’ ‘중생아 사랑해’ 등이 적힌 티셔츠 차림의 청년들이 가득했다. 하이라이트는 디제잉 쇼 ‘극락도 락(樂)’. 찬불가를 벅찬 댄스 비트로 편곡한 EDM(전자음악 장르)이 흐르며 ‘뉴진스님’이 등장했다. 걸그룹 ‘뉴진스’님 초청 행사가 아니다. 본뜻은 뉴진(New進·새롭게 정진한다는 뜻). 개그맨 윤성호씨가 연기하는 스님 ‘부캐(부캐릭터)’다. 민머리를 한 그가 ‘손 머리 위로’ 대신 ‘극락왕생!’을 외칠 때마다 현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소셜미디어 후기도 폭발했다. 이날 참석자의 약 80%가 MZ세대였다.

또 한 행사는 ‘나는 절(寺)로’. 인기 연애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가 아니다. 지난 6일 인천 강화군 전등사에서 30대 남녀 20명을 모아 1박 2일간 치른 템플스테이형 맞선이다. 337명의 지원자 중 16대1 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이들이 모인 행사였다.

‘젊어진’ 불교 이벤트는 이른바 MZ세대의 관심을 받기 위해 ‘재미’와 ‘의외성’이란 요소를 빼놓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우리 전통 국악도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국악계 종사자로부터 “한 유명 백화점에 연말 미디어아트 배경 음악으로 국악을 제안했다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고급스러운 캐럴이 더 좋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는 푸념을 들었다. 팬데믹 기간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슈가의 ‘대취타’, 경연 프로그램 ‘풍류대장’ 등으로 유입된 팬들 덕분에 국악이 반짝 인기를 누릴 때가 있었지만 불과 2~3년 만에 그 열기는 사그라들었다. 국악계 내에도 힙합·전자음악 등과의 협업에 못마땅해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내·외부, 양면의 색안경에 둘러싸여 위축되어 있는 것이다.

수 천년 역사를 가진 불교도 변신하고 있다. 전통 계승도 좋지만 젊은 세대의 요구를 무시하고 생명을 이어가긴 어렵다. 마침 7월 국악진흥법이 시행되고 국악의 날도 제정된다는데 우리 가락에 서린 특별한 흥을 힙한 판에 실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