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이원욱(더불어민주당·3선) 위원장은 21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미디어법을 개정해 (현재 4개인) 종편을 2개로 줄이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달 23일 종편 방송사들에 대해 “확실하게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정치적 중립으로 공정성을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노골적 대선 개입으로 대선 후 소멸의 길을 걸을 것인가”라고 ‘협박성’ 발언을 한 데 이어, 대선 결과가 나오자 ‘실력’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일러스트=박상훈

이 위원장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종편 보도에서 찾는 모양이다. 그는 지난달 19일에도 ‘김혜경 172분 대 김건희 17분…종편 보도 왜 이럴까’라는 제목의 언론 모니터링 보고서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여기 종편들은 모두 재승인 탈락 대상”이라고 했다. 이는 한 극성 친여(親與) 단체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 아내 김혜경씨 법인카드 의혹이 불거졌던 일주일만 쏙 떼내 분석한 것으로, 보고서 자체가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법카 사용 내역이 적나라해 편파 보도의 사례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방송은 따로 있었다. 대선을 사흘 남겨둔 지난 6일 밤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에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제하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대장동 핵심 김만배씨의 6개월 전 녹취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선 진행자가 비장한 표정으로 대장동 주범의 육성(肉聲)을 틀어주고 있었다. 그날 저녁엔 MBC 뉴스데스크가 대선 보도 9건 중 4꼭지를 할애했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쥴리’ 논란, ‘7시간 녹취’ 등이 모두 유튜브와 지상파TV·라디오가 합작해 이슈화됐다. 김어준은 작년 10월 공개적으로 ‘이재명 지지’ 의사를 밝힌 신분이라, 선거운동 기간엔 방송을 진행하지 못하는데도 아랑곳없이 뉴스공장을 진행했다. 우파 시민단체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이 작년 12월부터 대선까지 14주에 걸쳐 찾아낸 KBS·MBC·YTN·TBS 등의 크고 작은 불공정·편파방송 사례는 1272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이에 대해 경고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소셜미디어로 이 의원 발언을 접한 사람들 사이에선 “언론 다 장악해 놓고서, (대선 패하니까) 또 피해자 코스프레” “전두환식으로 언론통폐합하자는 거네” 등의 조롱성 발언이 이어졌다. 해당 부처 공무원들도 어이없어 하기는 마찬가지다.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 관계자들은 “전혀 현실성 없는 발언”이라고 했다. 방송법 어디에도 종편의 개수를 규정한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한 방송법 전문가는 “방송사 개수를 법에 정하는 것은 중국 북한 같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매우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여당 과방위원장이 굳이 공개적인 자리에 나와 ‘칼을 빼들겠다’고 밝히는 것은 대선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분풀이’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