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재인입니다'. /엠프로젝트

영화 ‘문재인입니다’에서 문 전 대통령은 수염을 깎지 않고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한다. “대통령님은 할배시죠”란 신혜현 사저 비서관의 말처럼, 영화는 여느 시골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땅 파고 밭 일구며, 반려견을 돌보는 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퇴임 1년도 안 된 전직 대통령이 주연인 이 영화엔 개봉 전부터 온갖 우려가 쏟아졌다. “5년간 이룬 성취가 순식간에 무너져 허망한 생각이 든다”는 문 전 대통령의 인터뷰 영상이 선공개된 순간 우려는 정점에 섰다.

지난 29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영화엔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정치 현안을 언급하는 부분은 없었다. “5년간의 성취” 부분도 빠졌다.

영화 '문재인입니다'. /엠프로젝트

그러나 단지 대사만 없을 뿐이다. 영화는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침몰하는 원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등 정권 교체 이후 논란이 되거나 재조사된 일을 기사 제목으로 나열하며, 시민 사회 운동가 최수연씨의 말로 문 전 대통령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전한다. “(문 전 대통령이) 밤잠을 설쳐가며 했던 게 어느 순간 바닥을 치는 걸 보니까 너무 허무하고 이렇게 가는 건가 하는 날이 있는 것 같다.”

풍산개 곰이와 송강의 파양 논란에 대해선 더욱 노골적이다. 송강이와 곰이를 자신들의 의지로 떠나 보내는 날, 김정숙 여사는 눈물을 보이고 문 전 대통령은 개들이 갇힌 철창을 어루만진다. 개들을 강제로 뺏긴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강경화, 김상조, 김의겸, 도종환, 임종석 등 이른바 문재인의 사람들이 총출동해서 “민주주의를 제대로 수행한 첫 정부” “이런 인내심을 가진 사람은 세계적으로 없을 것” “(업무를 하며) 이빨이 빠졌다는 것만으로도 존경할만한 사람” 등의 ‘문비어천가’를 읊을 땐 낯이 뜨거울 정도다. 인간을 우상화하는 건 북한밖에 없는 줄 알았다.

5년간의 세금 퍼붓기로 인한 국고 탕진과 천문학적인 국가 부채 증가, 수십 차례 내놓은 대책에도 폭등한 집값, 국민 갈라치기의 발단이 된 조국 사태 등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나자, 1500여 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3분여 동안 박수를 쳤다. 눈물을 훔치는 이도 많았다. 집값 폭등이 야기한 전세 사기로 목숨까지 끊게 된 서민들,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으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과 서해 피살 공무원 유가족도 이 영화를 보고 과연 박수 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