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소속 의원 172명 전원 이름으로 ‘검수완박’ 법안을 발의했다. 처음엔 반대가 없지 않았다. 대선 패배 후 꾸린 비상대책위 멤버 9명 중 6명이 공개적으로 반대 혹은 우려를 표했다. 법안을 내기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반대 토론에 나선 의원도 여럿이었다. 그러나 법안을 낼 때 이름을 빼달라 요구한 의원은 없었다.
지난달 23일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출범 전에 검수완박을 매듭짓겠다 했을 때 많은 의원이 그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다. 무엇보다 1차 검경 수사권 조정 뒤 검찰에 남은 ‘6대 중대범죄 수사권’마저 폐지한다면, 그 수사권을 어디에 둘지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검찰개혁특위를 구성해 검수완박을 고민했다. 그 결과가 중수청이나 특수청을 만들어 검찰 수사권을 옮기는 방안이다. 그러나 검찰보다 더 위협적인 조직이 출현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그렇다고 수사권을 경찰에 몰아주자니 ‘공룡 경찰’이 걱정됐다. 영장 청구권이 있는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문제도 있었다.
뾰족한 수 없이 4월이 됐다. 강성 지지자들은 “검수완박 안 하면 지방선거 때 민주당 안 찍겠다”고 압박했다. 경찰 출신 황운하 의원이 ‘우선 검찰 수사권부터 없애고 이후 문제는 차차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서 검사 수사 관련 조항만 잘라내 검찰 수사권을 ‘증발’시키는 방법이었다.
황 의원의 안(案)은 지난 몇 년 동안 민주당이 해온 논의를 ‘없던 일’로 치는 수준의 꼼수다. 그동안 검찰 수사권을 없애도 경찰에 몰아줄 수는 없다며 중수청·특수청 등을 대안으로 생각했던 것인데, 황 의원 말대로면 경찰이 수사권을 모두 틀어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런 모순적 상황에 “검찰 개혁을 경찰 개혁으로 이어가겠다”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황 의원에게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문의했지만, 그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개정하는 내용”이라며 “더 이상 설명은 드릴 수 없다”고 했다. 법 조항을 급조 중인 것으로 짐작됐다.
지난주 초만 해도 민주당 의원들은 황 의원 안에 대해 “본래 취지가 무색해진다” “그걸로는 통과 못 시킨다, 우리당 수준을 너무 낮게 보지 마라”고 했다. 그래놓고 대안이 없다며 황 의원의 꼼수안을 사실상 그대로 만장일치로 제출했다. 취지가 무색하다던 의원은 “당 존폐가 달린 문제가 돼 버렸다”고, 수준을 말했던 의원은 “책임자에게 물으라”고 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책임자를 따로 찾으라고 했다. “국회의장이 통과시켜 주겠느냐”고 말하는 민주당 의원도 있다. 이런 한 달을 지나 70년 형사사법 시스템이 뒤집어지기 직전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