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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요즘은 정말 위기감이 듭니다. 이러다 정말 뒤처질 수도 있겠다는….”

최근 만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중국의 딥시크 개발이 과학 인재 양성 측면에서 던진 충격이 컸다”며 이렇게 말했다. 위기감을 개인만 느낀 것은 아닌 듯하다. 과기정통부는 지난주 들어 다양한 이공계 연구 환경 개선 정책을 쏟아냈다. 지난 10일에는 한 곳에 1000억원씩 투자하는 ‘국가대표’ 대학 부설 연구소를 만들겠다고 밝혔고, 11일에는 이공계 석·박사생에게 월 80만~110만원을 보장하는 ‘연구장려금제도’를, 12일에는 인공지능 반도체(AI 반도체) 분야 석·박사급 인재 양성 사업을 공고했다. 국회에서는 아직 올해 예산을 다 집행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R&D 분야 5조원 추가경정예산 편성’ 안을 들고 나왔다.

마치 중국을 벤치마킹하는 듯한 물량 공세다. 중국은 최근 10년 사이 막대한 지원금을 보장하며 미국에서 공부하던 자국 인재들을 불러들여 가파른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난 5일 만난 사이먼 베이커 네이처 인덱스 편집장은 인터뷰 중 “중국과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네이처 인덱스는 ‘네이처’를 출판하는 스프링거 네이처가 과학 논문 수와 연구 기여도 등을 바탕으로 국가별·기관별 연구 역량 순위를 매긴 지표다. 이 지표 산출을 총괄하는 베이커 편집장은 “네이처 인덱스는 국가나 기관의 규모를 반영해 데이터를 다듬지 않는다”며 “만약 한국이 중국이나 인도만큼 인구가 많았다면 훨씬 더 큰 성과를 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 금액의 절대값은 작지만 국내총생산(GDP)을 고려해 비교하면 세계 2위 수준인 것을 짚으며 “한국만의 독특한 연구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아무리 투자를 늘려도 안 된다’는 것일까. 게다가 우리 과학계는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으로 고심하고 있다. 베이커 편집장은 “결국은 과학·기술·공학·수학(STEM)을 선택하더라도 의대에 가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인센티브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인센티브에는 단순히 높은 연구비뿐 아니라 다양한 조건이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함께 자리한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경제적 보상 이외에도 연구를 통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 하고 싶은 연구에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기회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짚었다.

올해 수능 만점을 받고도 의대가 아닌 공대를 선택한 서울 선덕고 어재희(19)군과 광남고 서장협(18)군은 모두 자신의 흥미를 따라 전공을 결정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학부에서 “다양한 내용을 배우고 진로를 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공계 인재 확보전(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돈도 돈이지만, 이처럼 자유로운 연구 환경 같은 플러스 알파(+α)가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