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대표가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로는 민주당에서 이 전 대표의 재판 리스크를 언급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재판이 이 전 대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하는지를 다투는 ‘헌법 제84조’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현직 대통령을 감히 법원에 불러낼 간 큰 판사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민주당 사람들은 정권만 되찾으면 되지만 이 전 대표는 권력의 정점에서 5년을 보낸 뒤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 주변에서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재판 중지’가 아니라 ‘재판 없애기’가 벌어질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가장 빠른 건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공소 취소를 지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반발과 여론 역풍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법조인 출신 중에는 법원이 공소기각 선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현직 대통령은 소추되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84조, 법원은 재판권이 없는 피고인을 공소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327조 1호가 그 주장의 근거다. 소추되지 않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권은 없으니 법원이 즉시 공소기각 판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이나 법원이 안 움직이면 아예 스스로 사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된 때만 할 수 있지만, 일반 사면은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에도 할 수 있다. 일반 사면은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에선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일반 사면은 특정인이 아닌 특정 죄목에 적용하는 것이어서, 혐의만 12가지인 이 전 대표의 일반 사면은 엄청난 사회적 파장과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 법조인들도 “일반 사면은 못 한다. 절대 불가능하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 조응천 의원은 “민주당이라면, 이재명이라면 할 수 있다”고 했다. 탄핵안과 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처럼 “명분만 그럴싸하게 갖다 붙이면 못 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가 재판 없애기에 나설 가능성을 물었더니, 이 전 대표 측은 “순리대로 가게 될 거다. 망상에서 깨어나기 바란다”고 했다. 망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대선에서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됐을 때 자신의 재판을 어떻게 할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 전 대표가 대통령으로서 재판에 개입할 경우 그 여파는 고스란히 나라 전체에 쏟아질 것이다. 유권자는 이 전 대표의 생각을 듣고 투표할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