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울진 산불 때 응봉산 권역은 산림 면적의 19%가 탔다. 반면 인근 소광리 지역의 피해는 6%에 그쳤다. 두 곳의 피해 규모를 가른 것은 임도(林道·임산도로)였다. 소광리는 임도가 있어 소방차가 올라가 불을 잡았지만, 응봉산 임도는 너무 짧았다. 임도가 있으면 물 3t을 실은 소방차에서 호스를 2km까지 뽑아 산불과 직접 싸울 수 있다. 소방 헬기가 뜰 수 없는 야간에도 진화가 가능하다. 임도 유무에 따라 산불 진화 효율은 5배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임도는 일본의 6분의 1, 독일의 13분의 1이다. 환경 단체 등은 산림 훼손,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산사태를 우려해 산에 길을 내는 데 반대하고 있다.
▶민둥산이던 한국 산은 녹화 사업 성공으로 울창해졌다. 그런데 숲이 지나치게 빽빽하면 작은 나무와 낙엽 등이 산불의 연료로 쌓인다. 불씨가 빽빽한 나무들 윗부분으로 더 잘 옮겨붙기 시작하면 빠르게 번진다. 나무 간격 유지를 위해 솎아 베는 것이 간벌(間伐)이다. 잡목이 줄어 소방 활동도 쉬워진다. 반면 간벌을 하면 바람이 잘 통해 산불이 더 확산할 수 있고 작은 동물의 서식지를 망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베이징 근무 때 밤 하늘에서 대포 소리가 나면 다음 날 아침에 보슬비가 내리곤 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인공강우’로 대기를 깨끗하게 만들었다. 2018년 네이멍구 산불 때도 인공강우를 했는데 “수천 명이 화재 진압에 나선 효과”라고 했다. 인공강우는 일반 구름에 수분을 빨아들이는 화학물질을 뿌려 비구름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1946년 미국이 처음 성공한 기술이다. 우리 기상청도 2018년 기상 항공기를 도입해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인공강우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없는 구름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런데 ‘괴물 산불’이 휩쓴 경상권은 건조 특보가 이어질 정도로 구름이 없고 대기가 메말랐다. 강풍이 불면 산불 지역에 빗방울을 정확히 떨구기도 어렵다. 인공강우로 산불을 끄기는 어려운 조건이었다. 현재 기상청 목표는 매년 건조기에 인공강우로 숲을 적셔 놓아 대형 산불을 예방하는 것이다.
▶최악 산불 사태에 네티즌들은 “세차만 하면 비 온다는 분들 모이자” “이불 빨래하면 비 온다는 분들도”라는 글을 올렸다. 기후변화로 한반도 여름엔 강수량이 늘어 나무와 풀이 더 무성하게 자라고 겨울과 이른 봄엔 마른 장작으로 변한다는 우려가 크다. 임도, 간벌, 인공강우 등 뭐든지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