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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지속되는 언론의 부정적 ‘코브피피(covfefe)‘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7년 5월 31일 새벽 트위터에 한 토막의 글을 남겼다. 뜬금없는 내용에 트위터에서는 “코브피피가 무슨 뜻이냐” “외국어냐”는 격론이 벌어졌다. 이후 24시간 동안 #covfefe란 해시태그가 140만 번 쓰였다. 트럼프는 6시간 후 이 글을 삭제했고, ‘커버리지(coverage·보도)‘의 오타란 설이 유력해졌다. 하지만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과 소수의 사람들은 (코브피피가) 무슨 뜻인지 안다”며 부인했다.

▶트럼프는 스펠링을 자주 틀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례 없는(unprecedented)‘을 ‘전레 없는(unpresidented)‘으로 쓰는 식이다. 트럼프가 ‘스톨른(stolen·도난당한)‘이란 단어를 계속 ‘슈톨렌(stollen·독일식 크리스마스빵)‘으로 잘못 쓰자, 지난 2월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2019년 3월 이후 이 단어를 잘못 쓴 것이 최소 24번”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더 자주 지적받는 문제는 ‘그레이트(great·대단한)’ ‘휴즈(huge·거대한)’ ‘베리 빅(very big·아주 큰)‘처럼 단순한 어휘만 쓴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한 잡지는 “트럼프의 어휘력은 만 8세 수준”이란 연구 결과를 전했다. TV 토론을 분석해 보니,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이더라는 것이다. 2018년 비슷한 연구에서는 초4 수준으로 역대 미 대통령 중 최하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9월 미 정치 잡지 폴리티코 매거진은 ‘트럼프의 뷰티풀 월드‘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제한된 어휘 중에서도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단연 ‘뷰티풀(beautiful·아름다운)‘이란 의미였다. 이 잡지는 트럼프가 자신의 감세·보건 정책도 “뷰티풀 택스컷” “뷰티풀 헬스케어”로 표현했다며 온갖 것을 다 ‘뷰티풀‘로 묘사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김정은의 서한도 “뷰티풀 레터”라고 했다.

▶트럼프가 2일 상호 관세를 발표하며 “미국으로 일자리와 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리얼리 뷰티풀(really beautiful·너무 아름답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때 “사전에서 가장 뷰티풀한 단어는 관세”라고 하더니 진심이었나 보다. 그는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미 국채 금리 하락조차 “빅 뷰티풀 드롭(drop·하락)”으로 묘사했다. 자기 정책을 뒷받침할 예산안도 “빅 뷰티풀 빌(bill·법안)“이라고 부른다. 백악관에 앉아서 보면 온 세상이 장밋빛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