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3일, 대선 유세장에서 트럼프 후보가 총격을 당했지만 구사일생으로 살았다. 트럼프가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트(fight)’를 외치자, 증시에서 불이 났다. 트럼프가 만든 소셜미디어(SNS) 기업,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DJT) 주가가 74% 폭등했다. 반면 바이든 테마주였던 2차 전지, 태양광, 풍력 기업 주가는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있었던 지난 4월 4일.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NE능률은 곧장 하한가(-30%)를 맞은 반면 상지건설은 상한가(+30%)로 치솟았다. NE능률은 대주주 회장이 같은 윤씨 문중이라는 이유로 윤석열 테마주, 상지건설은 과거 사외이사였던 인사가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캠프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돼 왔다.
▶미국의 정치 테마주는 조금의 근거라도 있지만, 한국의 정치 테마주는 황당한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진다. A가 대통령이 되면 학연·지연·혈연이 있는 기업이 특혜를 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정치 테마주의 기본 스토리 라인이다. 이명박 후보가 대선 레이스에 참여했을 때, 이화공영 대표가 이 후보와 현대건설에서 함께 재직했었다는 이유로 ‘4대강 수혜 기업’으로 분류됐다. 이렇게 정치 테마주가 되자, 2600원 수준이던 주가가 25배 급등했다. 최근 한덕수 총리의 대선 출마 전망이 나오자, 기업 오너가 이명박 정부 때 한 총리와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함께 활동했다는 이유로 시공테크 주가가 120% 급등했다.
▶정치 테마주는 세계 어디에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선거철만 되면 우후죽순격으로 새 정치 테마주가 탄생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작년 12월 탄핵 사태 이후 주가 급등 이유를 설명하라는 조회 공시 지시가 내려진 62개 종목 중 절반 이상이 정치 테마주였다. 작전 세력이 ‘막판 상한가 만들기’ 꼼수로 주가를 띄우는 경우도 많지만, 적발 사례는 드물다. 투자자들도 정치 테마주가 말이 안 되는 내용이라는 걸 알지만 남보다 먼저 사서 먼저 팔아 한몫 잡는다는 도박을 하는 것이다.
▶4월 주가 상승률 톱10 상장기업 중 9개가 정치 테마주였다. 1위 상지건설의 상승률은 882%에 달했다. 정치 테마주의 에너지원은 ‘한탕’과 ‘탐욕’이다. 증권사의 실거래 자료를 보면, 정치 테마주로 수익을 내는 투자자는 열 명 중 1~2명도 안 된다. 그 1~2명이 자신일 거라는 환상에 빠져 꾼들의 장단에 놀아나거나, 이 기회에 주식을 던지는 대주주의 물량받이 제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