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올 한 해도 저물어간다. 연말이면 누구나 한 번쯤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저마다 느끼는 후회와 아쉬움, 뿌듯함의 모습은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나 2020년은 특별한 한 해였다. 겪어본 적 없었던 일상 중지는 그간의 당연함을 원점부터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건강과 안전의 의미는 물론이고 가족, 일, 학습에 있어서도 새로운 기준과 방식이 필요했다. 오랫동안 우리 공동체의 지향이었던 ‘뭉쳐야 산다’는 ‘뭉치면 위험하다’로 변모했다. 누군지 파악이 어려운 마스크 쓴 얼굴이 민얼굴보다 안심을 가져다 주는 요즘이다.
2020년을 보내며 올 한 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조망해보았다. 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위해 주요 매체를 통해 생산된 뉴스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제공하는 빅카인즈 시스템을 활용하여 분석했다. 2020년 1월 1일부터 12월 18일까지 빅카인즈 뉴스 아카이브에 축적된 총 363만2205건의 기사를 대상으로, 매일 가장 많은 기사가 생산된 10개 주제에 해당하는 총 21만5392건의 기사를 2차 추출하여 전반적인 양상을 살펴봤다.
한 해 동안 단일 주제의 기사가 가장 많이 생산된 것은 1월 29일의 ‘중국 코로나 확산 비상’(1264건)과 2월 6일 ‘코로나 확산 가속화’(1237건) 관련 내용이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마스크 공급 부족 등의 혼란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확산의 속도나 범위가 제한되며 성공적인 K방역이 부각되기도 했다. 여당의 확고한 승리로 끝난 4·15 총선이나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으로 당선된 윤미향 의원에 대한 이슈가 있었지만, 5월 12일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확산 비상’(554건)에 이르기까지 코로나19는 뉴스의 중심이자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이후 7월 10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이 보도되며 정치권은 물론 국민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7월 14일 ‘정치권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 후폭풍’(577건) 관련 보도가 이어지며 7월 내내 진실 공방이 이뤄졌다. 이후 8월 들어 다시 시작된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은 조만간 코로나19의 종식을 고대하던 국민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신규 확진자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며, 마스크 착용은 의무화(10월 13일)되었고, 백신 개발 및 확보에 대한 보도(9월 16일)도 나타났다.
하반기에 코로나19를 제외하고 일간 가장 큰 이슈는 미국 대선이었다. 11월 5일 ‘혼돈의 미국 대선’(1026건)에서 11월 9일 ‘미국 대선 바이든 당선 확정’(924)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결과 불복이 보도되며 논란은 이어졌다. 그리고 연초부터 극한 대립 양상을 보여왔던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은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결정이 담긴 12월 17일 ‘윤석열 총장 정직 2개월 처분’(944건)이 보도되며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그림 1> 주요 이슈별 보도 기사의 월별 추이
이번에는 개별 뉴스를 주요 이슈별로 묶어 이슈의 흐름을 짚어봤다. 예상대로 코로나19 관련 뉴스가 전반적으로 많이 보도되었지만, 9월과 12월의 양상은 다른 시기와 차이가 나타났다. 바로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과 관련한 사안들이 공수처 출범이나 검찰 개혁과 연결되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다른 이슈에 비해 양적으로 큰 비중을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부동산 관련 보도는 올 한 해 내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반면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보도는 4월에, 박원순 전 시장 관련 기사는 7월에만 집중적으로 생산되었다.
1년간의 전체 분석 기사를 대상으로 가장 빈번히 출현한 뉴스 키워드와 인물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뉴스 키워드의 경우, ‘코로나’ ‘확진자’ ‘발생’ ‘확산’ ‘감염’ 등 코로나19와 관련한 내용이 다수를 차지했다. 뉴스 인물로는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이 가장 많이 등장했다. 이와 함께 ‘추미애’ ‘윤석열’이 나타나고 있어 올 한 해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하고 가장 뜨거운 이슈의 주인공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2> 분석 대상 뉴스 기사에서 추출한 키워드와 등장인물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2020년 대한민국은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었다. 겨울로 접어들며 증가하고 있는 확진자 추이나 백신 확보를 둘러싼 논란들은 이 어려움이 쉽게 끝나진 않을 것이란 예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 자영업자들의 한숨 역시 금방 잦아들 것 같지 않다. 불확실성만이 확실해진 시대를 겪어내고 있다.
한 해를 돌아보며 한 가지 기원하는 바, 새해에는 금년보다 좀 더 많이 웃을 수 있고 흐뭇한 뉴스가 우리와 함께했으면 한다. 대립과 갈등, 논란, 의혹, 불안 대신 성사, 기대, 해결, 달성, 안심과 같은 얘기가 빈번히 우리를 찾아왔으면 한다. 서민 불안의 오랜 근거인 부동산 문제도 길을 찾고, 빈번히 언급되는 정치인들은 국민의 피로를 가중시키기보다 풀어주는 역할로 다가왔으면 한다. 사회적 필요에 의해 소환된 물리적인 거리 유지가 고립된 개인과 파편화된 공동체를 낳지 않도록 새로운 방식의 연결과 연대의 지혜가 필요하다. 겪어 본 적 없는 코로나19이기에 시행착오는 어쩔 수 없겠지만, 되풀이되지 않도록 일상적 진화가 절실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