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최 교수, 환경 나부랭이들이랑 놀지 말아. 그놈들 아주 나쁜 놈들이야. 툭하면 경제 발전의 발목이나 잡는 놈들. 환경이 어디 밥 먹여줘?” 이러던 분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며 돌변했다. “다들 제정신이야? 환경보다 소중한 게 세상천지에 어디 있어? 죽고 사는 문제 앞에 경제가 다 무슨 소용이냐고? 뭣이 중헌디!”

동물학자 '제인 구달'

2020년 7월 1일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을 말하다’라는 TV 대담 프로그램에서 제인 구달 박사와 내가 맞장구친 게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우리보다 훨씬 낫다고. 코로나 대유행이 터지기 전 구달 박사는 매년 300일 넘도록 거의 100국을 순방하며 자연보호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2020년 내내 구달 박사는 영국 땅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는데 발도 없는 바이러스가 대신 전 세계를 돌며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줬다. 역설적이지만 매우 효과적으로.

보궐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 후보자들은 도대체 어느 행성에서 살다 온 사람들인지 의아하다. 마스크를 쓴 채 유권자를 만나면서도 ‘코로나19 극복’이라는 공허한 구호만 내세울 뿐, 어쩌면 앞으로 끊임없이 반복될지도 모르는 이 끔찍한 환경 재앙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내놓는 후보가 단 한 명도 없다. 시민들은 환경의 중요성을 첫손에 꼽는데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딴 세상에 사는 것 같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기 무섭게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선언했고, 프랑스 하원은 헌법 제1조에 “국가는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전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에 맞서 싸운다”는 조항을 삽입하기로 가결했다. 세계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경제와 사회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시장 후보들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딱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뭣이 중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