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더니 급기야 홍원식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자녀에게도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홍 회장의 회한은 기업 경영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음을 완벽하게 함축한다.

“이윤 창출이 곧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프리드먼주의(Friedman doctrine)의 유효기간이 끝나고 있다. 요즘 기업 경영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ESG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매출 규모와 영업 이익 등 전통적 재무 성과 외에 사회적 책임 이행을 고려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한다. 우리나라 코스피 상장 기업은 2030년부터 의무적으로 ESG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세계적 자산 운용사들의 ESG 경영 평가는 197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며 시작된 투자 철회 운동보다 훨씬 더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고갈 등 환경 위기에 대한 관심은 역대 최고이며, 인권과 소비자 보호에서 동물 복지까지 아우르는 사회적 가치와 정당한 이윤 배분 및 투명한 지배 구조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시민들의 밝은 눈을 피할 길 없다. 남양유업이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사회(S) 부문에서 성의를 보이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환골탈태 수준의 지배 구조(G) 개편은 물론이고 언급조차 없는 환경(E) 분야에서도 근본적 혁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100년 기업도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실감 나는 때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