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와인을 생산하는 프랑스의 부르고뉴에서 보졸레(Beaujolais)지역은 다소 관심 밖이다. 하지만 이곳은 부르고뉴에서 가장 면적이 넓고 경관이 아름답다. 어디 가나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품질 좋은 밭 ‘크뤼(Cru)’가 10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가 ‘보졸레의 왕’이라고 하는 ‘물랭 아방(Moulin-à-Vent)’이다. ‘풍차’라는 뜻으로 실제 15세기에 만들어져 450년간 사용되던 풍차가 마을 한가운데 있다.<사진>
현재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내부에 들어가서 관람도 할 수 있다. 사다리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창밖으로 엷은 핑크빛 화강토의 포도밭이 눈에 들어온다. 1층에는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몇 해 전 방문했을 때 자원봉사를 하는 동네 할머니 한 분이 다섯 가지 다른 생산자의 와인을 잔에 넉넉하게 부어주었다(사진 3). 엷고 밝은 색, 과일과 꽃 향이 복합된 힘찬 맛이었다. 기억력이 몹시 약해 보였던 할머니는 그중에서 두 가지 와인을 한 번씩 더 따라주었다. 차마 이미 시음했다고 말하기가 편치 않아서 모두 받아 마신 기억이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처럼 매년 11월 셋째 목요일은 ‘보졸레 누보’의 날이다. 그해 수확한 포도로 만들고, 포도송이에서 내 잔에 담길 때까지 두 달밖에 걸리지 않는 젊은 와인이다. 그저 농부들이 추수 후에 쉽게 마시던 이 와인은 성공적 마케팅 덕분에 1990년대부터 보졸레 와인 수출의 35%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 되었다. 맑은 자주색에 누구에게나 쉬운 ‘딸기 풍선껌’ 맛, 그리고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절기가 맞물리면서 더 잘 알려졌다. 11월 넷째 목요일로 지정된 오늘이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다. 가을의 수확을 경축하기 위해서 전통적으로 화려한 라벨로 디자인하는 보졸레 누보는 이미 상점의 맨 앞자리와 쇼윈도를 차지하고 있다. 가메이(Gamay) 품종으로 만드는 보졸레 마을의 다양한 와인은 칠면조 요리와 매우 잘 어울린다. 물론 돼지고기 안심 구이나 겨자 소스를 바른 토끼 요리와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