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두르 신전은 클레오파트라에게 승리하고 로마 제국 초대 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의 명으로 이집트 최고 여신 이시스를 기리기 위해 지은 것이다. 1960년대에 아스완댐 건설로 수몰될 뻔했다가 유네스코의 이전 사업 덕분에 위기를 면했다. 이집트 정부가 이 사업에 공이 큰 미국에 덴두르 신전을 선사하자, 미국의 여러 박물관이 이를 품에 안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는데, 최종 승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었다. 메트로폴리탄이 계곡을 등지고 물이 흐르던 원래 신전터의 지형뿐 아니라 덥고 건조한 기후까지 고스란히 재현해 신전의 사암 재질을 보호할 수 있는 실내 전시장을 세우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토록 엄청난 기획에 돈을 댄 건 미국 최대 부호 새클러 가문이었다. 1978년, 마침내 문을 연 덴두르 신전 전시장은 ‘새클러 윙’이라고 명명됐다.
최근 새클러의 제약회사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공격적으로 팔아치워 수만명을 중독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난이 거세지자 새클러가의 기부를 받아온 전 세계 수많은 유수 박물관이 간판을 고치느라 야단이다. 물론 메트로폴리탄도 예외가 아니다.
이시스는 형제에게 죽임을 당해 나일강에 버려진 오빠이자 남편 오시리스의 토막 난 시신을 온전히 수습해 사후 세계의 왕으로 부활시키고 아들 호루스를 파라오로 만든 치유의 여신이자 위대한 어머니다. 2000년 전에 모래로 지은 건물이 수장(水葬)을 피해 수백개의 돌덩이로 분해됐다가 다시 지어진 걸 보면 이시스가 그 안에 계신 게 틀림없다. 메트로폴리탄에서도 ‘새클러’가 지워진다니, 죽은 이를 보살피고 병든 자를 살리는 여신께서 마약 팔아 돈을 번 그 이름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