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붙인 바나나 한 개를 1억원에 팔아치운 화제의 이탈리아 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1960~)의 대규모 개인전이 리움 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북적이는 전시장 한구석에는 모두로부터 등을 돌린 채 책상 앞에 얌전히 앉아 벽만 봐야 하는 왜소한 소년상이 있다. 가까이 가보면 누군가 소년의 두 손을 연필로 못 박아 책상에 붙여뒀다. 상상도 못 해본 끔찍한 모습이지만 더 끔찍한 건, 이 상황이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오로지 성적으로 사람의 등급을 매기는 학교 시스템은 손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못을 박아 영영 책상에 매달아 두지 않는가.
아픔조차 잊은 듯 무표정한 소년, 찰리는 작가 카텔란의 분신이다.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일반 학교에서조차 낙제점을 받았고, 젊은 시절부터 온갖 직업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하다 독학으로 미술가가 됐다. 사진과 설치미술에서 시작한 그가 처음 선보인 조각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후로 카텔란은 교황과 히틀러 등을 작품에 끌어들여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신랄하고 통렬한 비판을 날려왔지만, 그의 내면에는 여전히 학교가 상징하는 권력 앞에 몸을 움츠린 채 홀로 벌을 받아야 했던 어린 소년이 있다.
제목은 베트남전을 그린 코폴라 감독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 중 한 장면에서 따왔다. 바닷가 마을을 싹 쓸어버리고 서핑을 하러 가자며, 어차피 베트콩은 서핑을 안 하잖냐고 외치던 미군 지휘관의 대사다. 카텔란은 이처럼 무심하게 폭력을 휘두르고도 죄책감을 모르는 세상의 잔인함을 똑같이 잔인하고 자극적인 작품으로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