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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기와 소통할 때와 반려견과 소통할 때 목소리 및 얼굴 표정에 차이가 있을지를 살펴본 해외 연구 결과가 흥미로웠다. 반려견과 어린 아기를 둔 부모를 모집해 ‘동요 읽어 주기’ 같은 숙제를 주고 이야기할 때 부모의 목소리 톤과 얼굴 표정을 분석했다. 결론은 부모의 목소리 톤은 아기와 반려견에게 동요를 읽어 줄 때 동일하게 높은 톤으로 과장된 경향이 있었다. 반면 얼굴 표정엔 차이가 있었다. 아기에게는 극적인 얼굴 움직임을 보인 반면 반려견에게는 상대적으로 근육 움직임이 적은 중립적인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다.

왜 자신도 모르게 소통할 때 차이가 나는 걸까. 연구자의 주장은 소리 주파수는 동물계 전반에서 유사한 의미를 갖는 반면 얼굴 표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장난스럽게 짖는 소리나 행복하게 ‘안녕하세요’라고 할 때 내는 높은 음은 상대방의 경계심을 낮추게 하는 친근함을 나타낸다. 반면 치아를 보이며 환하게 웃는 얼굴 표정은 사람들에게는 친근함의 표시이지만 늑대나 개에게 이빨을 보여주면 이건 친근함보단 위협이나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이 오랜 세월 반려견과 함께 지내면서 얼굴 표정은 중립적으로 유지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했다는 설명이다.

조직 환경에 있어 ‘DEI(Diversity·Equity·Inclusion, 다양성·형평성·포용성)’가 핵심 키워드로 강조되고 있고 여러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다양성을 수용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저항과 갈등도 더 커진 상황이다. 정치 양극화에서 분쟁과 전쟁에 이르기까지, 나와 다른 타인의 갈등은 피로와 공포를 주고 있다.

한국에서 ‘반려돌(Pet Rock)’이 유행한다는 외신 기사를 접했다. ‘내 말을 이해할 순 없겠지만 직장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반려돌에 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반려돌도 이 상태가 될 때까지 많은 과정을 견뎠을 것이라는 생각에 평온을 얻는다’ 등의 인터뷰가 소개되었다. 힐링도 다양성이 존재하지만 사람과의 힐링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같아 씁쓸했다.

앞의 연구를 보면 반려견과의 소통에도 얼굴 표정을 중립적으로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배려를 위해선 먼저 내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내 마음의 힘이 떨어지면 다른 사람의 다양성을 인정할 여유가 없어져 만남을 회피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타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기 앞서 내 독특함도 단점이 아닌 나의 고유한 특징으로 수용할 수 있는 건강한 자기 사랑이 필요하다. 그래야 타인을 배려하는 여유도 찾아온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다양성에 대한 수용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나를 건강하게 사랑하지 못하는 ‘불편한 자기애’를 가졌다는 증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