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올곧은 좌표를 안내받고 싶을 때, 정확한 길잡이를 한다는 전통 나침반 윤도(輪圖)에 마음이 간다. 바퀴 모양의 그림이란 뜻을 지닌 윤도는, 자침(磁針)으로 방위를 새기고, 팔괘와 십이지, 우주의 순리와 음양오행 사상 등을 정밀하게 새겨 ‘세상의 이치를 담은 나침반’이다.
그렇다 보니 많은 정보를 담은 윤도는 주로 풍수용으로 쓰이고, 간략하게 만든 윤도는 방향을 보기 위해서 여행자가 사용하며 쇠, 지남철, 패철로도 불렸다. 패철(佩鐵)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녀 불린 이름이다. 부채에 휴대용 해시계 겸 나침반을 장식용으로 단 선추와 거울을 단 면경철까지 다양했다.
그중, 조선 시대 흥덕현에 속한 고창에서 만든 ‘흥덕패철’은 방향이 정확하고 견고한 나침반으로 유명했다. 지금도 고창 낙산마을에서 제작되고 있는데, 마을 뒷산에 있는 고인돌 성혈에 윤도를 올려 자침을 남북으로 맞춰 정확도를 검증하는 방법이 특별하다. 마을에서 거북바위라 불리는 고인돌의 신비와 가보로 350년간 내려온 자력을 품은 운석 덕분인지 전통 나침반 윤도를 유일하게 만들고 있다.
그 윤도를 만드는 기술과 기능을 보유한 장인을 윤도장이라 한다. 국가무형유산 윤도장 명예 보유자 김종대(1933년생)와 아들인 윤도장 보유자 김희수(1962년생)가 4대째 맥을 잇고 있다. 이제는 현대화된 나침반이 등장하고 휴대전화의 내비게이션으로도 방향을 안내받는다. 찾는 이가 확연하게 줄어 윤도를 만들면 집 한 채가 뚝딱 생겼다는 선대의 말은 전설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결혼 선물용으로 윤도를 제작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그 까닭을 묻자 김희수 윤도장은 “윤도는 행운을 상징하는 대추나무로 주로 만들어요. 윤도 바늘은 흔들리다가도 방향을 틀림없이 가리키니 행운을 건네며 바른길을 갈 수 있는 삶으로 안내하니 그럴 만하죠”라고 한다.
‘나침반 바늘은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기 전에 항상 흔들린다.’ 삶도 그러하다. 잠시 헤맬지언정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옳은 방향을 지시해주는 나침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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