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오리 알이 이런 건가. 하루짜리 버스 관광 단체 대화방에 혼자 남은 줄 뒤늦게 알았다. 훌훌 떠난 낯선 이들이 그리울 턱 없건만 쓸쓸함이 번갯불처럼 스친다. 덕분에 그 설경(雪景)을 떠올려 본다. 눈 시리도록 새하얀 벌판에 오뚝 서 있던 나무, 외로워도 늠름하지 않던가. 꽁꽁 얼지 않는다면 그런 상태도 괜찮은데.

어느 군수가 ‘당선된 지 100일도 안 된 상태에서’ 군민들한테 설 지원금을 50만원씩 줬다고 한다. 합당함이나 효과는 잘 모르겠으되, 이런 ‘상태’는 도통 마땅치 않다. 사물이나 현상의 모양을 가리키는 말이 여기 어울릴 수 없잖은가. ‘100일도 안 된 처지에’ 하면 모를까. 무엇보다 ‘100일도 안 됐는데’ 하면 그만이다.

‘미국 46주(州)에서 카지노 1000여 곳이 운영되는 상태다.’ 대체 무슨 소리인지. ‘상태’라고 써야 할 까닭을 찾을 길이 없다(→‘운영 중이다’ O). ‘말초동맥이 막힌 상태에서는 조금만 걸어도’ ‘경찰은 A씨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처럼 써야 올바른 ‘상태’다. ‘병원 폐쇄 청원 글까지 올라온 상태’ ‘이미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는 상태’는 ‘올라왔다’ ‘모금하고 있다’고만 쓰면 좋겠다.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도 자리를 계속 맡아’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있으면서도)’ 하면 어떨까.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처럼 어울리기는 하지만 ‘만취해서/만취한 채’같이 없어도 아무렇지 않은 ‘상태’ 역시 흔하디흔하다.

‘양국 간 대화가 활발한 상태는 아니지만’ ‘의혹이 번지는 상태에서 시간만 보내기는 바람직하지 않아’에서는 ‘상황’이 차라리 낫겠다. 어떤 일이 굴러가는 형편을 나타내는 말맛이 ‘상태’보다 강하니까.

하루 나들이에 사진이 제법 많다 싶었는데 웬걸. 몇 해 묵은 사진이 수천 장이다. 그나마 휴대전화기가 날짜별로 간수해 주기에 망정이지. 이놈이 더 똑똑해지면 버리고 합치고 알아서 하려나. 안 그래도 이 상태로 두기는 뭐한데, 게으름도 끝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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