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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램(Lamb∙2021)

“슬픔은 당신을 바꾸지 않는다. 당신을 드러낼 뿐이다(Grief does not change you. It reveals you).”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쓴 작가 존 그린의 말이다. 시쳇말로 사람은 취해야 본모습이 나온다고들 하는데 사실 누군가의 진짜 모습은 슬픔으로 바닥까지 떨어졌을 때 명확히 드러난다. 영화 ‘램(Lamb∙2021∙사진)’은 결국 자연의 섭리까지 거스르게 되는, 자식 잃은 부모의 슬픔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잉그바르(힐미르 스네어 구오나손 분)는 아내 마리아(누미 라파스 분)에게 말한다. “이제 시간 여행도 가능하대.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거지만(They’re saying time travel is possible now. They’re saying it’s theoretically possible).” 마리아는 시간 여행이라면 으레 떠올릴 미래 여행은 안중에 없다. “시간 여행이니까 과거로도 갈 수 있겠네(I expect it’ll be just as possible to go back in time).” 그녀에겐 자식을 품고 있던 과거 생각뿐이다. 아주 짧은 시간 품고 있던 작디작은 자식.

그렇게 슬픔에 빠져 지내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양 축사에서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다. 이번에 태어난 새끼 양이 몸은 사람, 머리는 양의 모습인 것이다. 마리아는 신이 보낸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어미 양에게서 새끼 양을 빼앗는다. 두 사람은 그 양에게 ‘아다’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식처럼 키운다. 오랜만에 방문한 잉그바르의 동생 피에튀르는 이 이상한 장면을 보고 기겁한다. 새끼를 돌려달라며 매일 찾아와 우는 어미까지 죽이는 걸 본 피에튀르는 소릴 지른다. “그건 애가 아니라. 짐승이야!(It’s not a child, it’s an animal!)” 하지만 이미 어미가 된 마리아는 담담하게 흔들림 없는 태도로 말한다. “알아요. 아다는 선물이에요. 우리의 새출발(I know. Ada is a gift. A new begi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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