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레스토랑 가이드 ‘자갓’이 있다. 1979년 자갓(Nina & Tim Zagat) 부부가 창간, 2009년까지 30년간 전성기를 누렸다. 한때 한국의 카드 회사와 제휴, 서울 레스토랑 가이드를 출판하기도 했다. 자갓은 소수의 전문가가 평가하는 미슐랭과 다르게 서베이를 바탕으로 매년 뉴욕의 맛집 2000여 곳을 선정했다. 평가 기준은 맛, 서비스, 인테리어 세 가지. 거기에 참고로 가격을 첨부했다. 1주일에 3~4회, 1년에 150회 이상 외식을 하는 뉴요커 3만여 명의 통계다. 합치면 무려 500만 끼의 식사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평가단이 작성한 주옥같은 문구들이다. “스위스 시계와 같은 정확한 서비스” “마치 밸런타인데이 카드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처럼 로맨틱하다” “대기 줄이 너무 길어 보통 책은 안 되고 ‘전쟁과 평화’를 읽으며 기다려야 한다” 등의 재미있는 문구들이 책을 장식한다. 비판적인 내용들도 물론 있다. “단골만 대접받는 곳”이라든가, “훌륭한 레스토랑이지만 비싸니까 누가 사줄 때만 먹어라”, 그리고 유리창에 붙은 파리를 행주로 때려잡는 중국 음식점에 대해서는 “그냥 눈 감고 먹어라”와 같은 식이다. “음식은 괜찮지만 직원들 얼굴에 웃음이 없다”와 같은 의미심장한 멘트도 실려 있었다.
이런 표현들은 문학작품 같은 느낌을 주며 뉴요커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회사가 팔리고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의견을 엽서 대신 이메일로 받기 시작했다. 큰 실수였다. 레스토랑의 경험이 풍부한 기존의 평가단은 애정을 가지고 시간을 들여 엽서에 글을 썼다. 그래서 음식이나 서비스에 대한 묘사가 섬세하고 예리하며 해학적이었다.
이들이 떠나고 유행에 민감한, 아직 레스토랑의 경험이 제한적인 젊은 층이 디지털 플랫폼을 장악했다. 시(詩)적인 표현은 사라지고 그저 뻔하고 평범한 표현들만 기재되었다. 아날로그 감성을 잃어버린 자갓은 독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몰락했다. 그리고 곧바로 구글과 같은 다른 디지털 매체들의 평점과 리뷰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