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으로 들어가다 말고 마당에 놓인 20여 개 장독으로 다가섰다. 장식용이 아니다. 독마다 최근에 담은 빨간 고추장부터 오래된 묵은 검붉은 고추장까지 가득하다. 강릉, 고성, 속초, 양양 주민들은 쌀은 떨어져도 살 수 있지만, 고추장 없이는 살 수 없을 만큼 고추장 사랑이 대단하다. 강릉 토박이 음식 솜씨를 보려면 고추장을 맛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탕을 주문하자마자 배추김치, 총각김치, 고추장, 풋고추 그리고 감자밥이 나왔다. 꾹저구탕에는 감자밥이 잘 어울린다. 먼저 살짝 익은 채소를 골라 먹고, 감자밥을 조금 말아서 먹는다. 채소는 밀가루에 버무려 넣고, 수제비를 넣기도 한다. 그래서 꾹저구탕은 걸쭉하며, 감자밥은 매콤한 맛을 순하게 한다. 그런데 고추를 먹으려는데 된장이 없었다. 다른 상에도 된장이 없는데, 누구도 된장을 달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에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고, 심지어 꾹저구탕에도 고추장을 더 넣어서 먹는다.
꾹저구는 농어목 망둑어과 민물고기이다. 강릉에서는 꾹저구를 날망둑, 두줄망둑, 국장어, 꺽정이, 꺽지, 똥꼬, 밥꾹저구, 참꾹저구 등 다양하게 부른다. 송강 정철이 강원도 관찰사로 재임 당시 어느 현에 들렸다가 꾹저구탕을 먹게 되었다. 맛이 좋아 물고기 이름을 물으니, ‘이름은 알지 못하고, 물새가 꾹 찍어 먹는다’고 하자 ‘꾹저구탕’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한 민물고기 어류도감에는 따르면, 꾹저구는 강릉에 31개, 고성에 17개, 속초와 양양에 각각 12개 이름을 갖고 있다. 이 지역들 외에도 삼척, 동해, 울산, 강진, 홍성, 예산 그리고 제주 지역에도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물고기 이름이 다양하다는 것은 서식처가 다양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증거다.
꾹저구는 바닷물과 민물이 통하는 하천에 서식한다. 알에서 깨어난 치어들은 바다와 강물이 접하는 곳에서 플랑크톤을 먹고 자라다 강 중류로 올라와 수서곤충이나 물벼룩을 먹는다. 강과 하천의 물 흐름이 빠르고 돌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강릉 연곡천이나 남대천은 바다로 통하는 물길이 열려 있고, 바닥에 자갈이 많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꾹저구를 잡아다 보양식으로 끓여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