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전국 개표 결과 무난하게 당선된 에토 세이치 자민당 비례대표 후보가 유독 가가와현의 다카마쓰(高松)시 선거구에서는 단 한 표도 얻지 못한 것이다. 결과를 수긍하지 못한 지지자들의 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이윽고 드러난 실상은 충격적이었다.
이듬해 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진상은 이렇다. 개표 당일 심야에 선관위 관계자들은 현장 집계 투표지가 전산에 기록된 투표자 총수와 300표가량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았다. 개표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300표가 오리무중이 된 것이다. 당황한 이들은 백지(白紙) 무효표를 이중 계수(計數)하여 억지로 합계를 맞추는 황당한 짓을 저지른다. 조작된 결과로 선거 종료를 선언한 직후 에토 후보 기표로 분류된 투표지 묶음이 발견되지만, 이미 일을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한 이들은 이마저 유효표 상자에 넣고는 그대로 봉인해 버린다.
조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재검표 요구와 사법 당국의 수사로 범행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이들은 더욱 대담한 범죄 은폐에 나선다. 봉인한 투표지 보관함을 뜯고는 유효표 상자에 있던 에토 후보 투표지를 무효표 상자로 옮기는 한편, 무효표 상자에서 그만큼 표를 덜어내고 미사용 백지 투표용지를 집어넣어 숫자를 맞추는 완전범죄를 꾀한 것이다. 이 사건에는 다카마쓰시 선관위 사무국장과 소위 ‘선거 베테랑’이라는 지자체 간부들이 연루되어 일본 사회에 충격을 더했다.
당시 조작을 눈치챈 직원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제지하거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정황이 알려져 공직 사회의 폐쇄성과 제 식구 감싸기 습성도 비판 도마에 올랐다. 아무리 제도가 완벽하다 한들 그를 담당하는 인간은 완벽할 수가 없다. 선거 관리가 아무리 독립성이 중요하다 할지라도 자체적 자정(自靜) 노력에만 맡기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이웃 나라의 사례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