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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봄비 소리

삼월 초사흘

아침 창가에서 듣는 봄비 소리

방울방울, 자그마하다


찌지골찌지골

달뜬 참새들의 저 노랫소리

잘 보인다

잘 들린다


‘푸른길’ 공원

여기저기 튀어 오르는 봄비 소리

눈 감아도 동글동글하다.

-이은봉(1953-)

봄비는 오는 모양새나 소리가 자분자분하다. 거칠지 않고 조용하고 찬찬하다. 시인은 아침에 일어나 창가에서 봄비 오는 것을 보고 듣는다. 빗소리를 듣되 그 소리가 작고 둥글다고 여긴다. 비가 오니 참새들도 조금은 흥분해서 “찌지골찌지골’ 운다. ‘찌지골찌지골‘이라는 시어는 참새 울음소리를 적은 의성어로서, 시인이 아주 신선하게 찾아낸 것일 테다. 그런데 이 의성어는 묘하게도 봄비 소리로도 들린다.

시인은 봄비에서 어떤 탄력을 함께 발견한다. 봄비로 인해 봄의 생명 에너지는 허들을 훌쩍 넘듯이 더욱 푸르게 위쪽으로 뛰어오를 것이다. 봄비의 성품을 원만한 둥긂으로 이해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빗방울의 방울방울에는 봄의 자연이 다 비치고, 또 들어와 있을 것이다. 마치 먼지 한 톨에 삼라만상이 들어 있듯이.

시인은 다른 시 ‘봄비‘에서 “언제부터인가 왼쪽 입꼬리/ 살짝 올리며 웃고 있는 봄비”라고 썼다. 이 시구도 시인이 찾아낸 절묘한 표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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