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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일까 퇴보일까. 최근 대통령 셋 중 둘이 임기 중 쫓겨난 나라. 한 사람이 내리 다섯 번 그 자리를 차지한 시절도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미국은 우리하고 딴판. 다시 대통령이 된 트럼프가 3선(選)까지 생각한다나. 몇몇 매체가 덧붙였다. “미국 수정 헌법 제22조에는 ‘누구도 대통령에 두 번 이상 선출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상(以上)’은 어떤 수량을 포함해 그 위를 가리키는 개념. 예컨대 ‘7급 이상 국가공무원에 응시할 수 있는 나이는 18세 이상’은 18세부터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두 번 이상 안 된다’ 하면 ‘두 번부터 안 된다’는 뜻이 되는데. 워싱턴부터 링컨, 아이젠하워, 레이건, 클린턴, 부시, 오바마 등등 숱하게 연임(連任)하지 않았나.

미국 헌법 원문을 찾아봤다. ‘No person shall be elected to the office of the President more than twice….’ ‘more than twice’를 ‘두 번 이상’으로 잘못 옮겼거나, 그걸 무심코 받았나 보다. ‘more than’은 그 수치를 포함하지 않고 넘어섬, 곧 ‘초과(超過)’를 뜻하니까. 따라서 ‘두 번을 초과해’나 ‘세 번 이상’이 맞는다.

‘이상’의 반대 ‘이하(以下)’는 이제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어느 수량을 포함한 아래를 가리킬 때 쓸 수 있음을. 공무원 응시 요건을 달리하면 ‘17세 이하는 7급 이상 국가공무원 시험을 볼 수 없다’가 된다.

‘미만’을 ‘이하’와 혼동하지 말자. ‘아닐 미(未), 찰 만(滿)’ 뜻 그대로 차지 않는다는 뜻. 그 수량을 포함하지 않는 아래를 말한다. 다시 응용하면 ‘18세 미만은 7급 이상 국가공무원 응시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자격 미달(未達)인 셈.

우리나라 다음 대통령으로 가장 지지도 높은 이는 전과(前科)가 넷인데, 혐의 열두 가지로 재판을 다섯 건 받는다. 법원은 뭉그적뭉그적. 자격 미달인지 아닌지 결국 국민이 판가름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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