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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학기 말 작품 발표를 뉴욕의 디자인 회사들을 돌아다니며 한다. 현장의 디자이너들을 평가자로 초대하고, 우수한 학생을 인턴으로 추천하는 효과가 있다. 몇 해 전 ‘TPG 건축’이란 회사에서 작품 발표를 마치고 내부 견학을 부탁했다. 디자인 회사의 업무 구조와 분위기를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견학 중에 담당자는 조용한 구석의 특별한 방 하나를 보여주었다. 전체 사무실의 인테리어는 현대식이었는데, 이 방은 대조적인 클래식 스타일로 장식돼 있었다. 진한 마호가니 나무로 짠 벽장과 녹색 윙체어 등의 소품으로 마치 고급 클럽 라운지 분위기를 풍겼다.

지난달 제자의 초청으로 시카고의 ‘렐리시 워크(Relish Works)’를 방문했다. 미래 레스토랑 산업의 트렌드를 연구하는 기업인데, 여기에도 비슷한 공간이 있었다. 회사의 역사를 기록한 사진들, 빈티지 가구와 조명이 작은 회의 공간 내부를 아늑하게 만들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코닥 필름’의 구사옥에 있는 ‘XR 스튜디오’의 접견실에도 코닥의 옛 간판과 빈티지 가구가 인테리어의 핵심 요소다.

로스앤젤레스의 ‘XR 스튜디오’의 접견실. 코닥의 옛 간판과 빈티지 가구로 꾸며져 있고 작은 바도 갖추고 있다./박진배

회사 내부의 이런 특별한 방은 보통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회의나 중요 손님을 접견할 때 사용한다. 물론 승진이나 해고를 통보할 때도 은밀하게 사용된다. 작은 바를 갖추고 있는 경우도 꽤 있다. 이런 공간의 내부에 빈티지 스타일이 선호되는 이유가 있다. 효율성을 위주로 설계한 건조하고 단조로운 오피스 환경에 대한 반작용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빈티지 소품을 보고 사용하면서 근래 흔하지 않은 수공예의 품질을 감상하고 이전 세대의 럭셔리와 우아함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공간을 꾸밀 때면 앤티크나 중고 가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재활용의 의미도 있다.

직장인은 하루, 그리고 평생의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낸다. 드라마를 보면 회사에서 어떤 사적인 만남에 옥상이 주로 사용된다. 바깥바람을 쐬는 것도 좋지만 내부에 특별히 디자인된 이런 공간은 우리를 또 다른 차원의 시간으로 데려다준다.

시카고의 ‘렐리시 워크(Relish Works)’ 사무실 내부의 작은 회의 공간. 회사 역사를 기록한 사진들, 빈티지 가구와 조명이 내부를 아늑하게 장식하고 있다./박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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