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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들이 2025년 3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정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김재섭 국민의힘, 이주영 개혁신당,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천하람 개혁신당,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 /김지호 기자

지난달 23일 국회에선 낯선 장면이 펼쳐졌다. 국민의힘 김용태·김재섭·우재준, 민주당 이소영·장철민·전용기, 개혁신당 이주영·천하람 의원 등 30·40대 의원들이 나란히 서서 국민연금 개혁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들은 모두 3일 전 국회 본회의에서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0%에서 43%로 올리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청년 세대를 설득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이 군·출산 크레디트 확대를 제외하면 젊은 층 부담을 덜어주는 데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다. 젊은 의원들 지적대로, 보험료율을 올리면서 소득대체율을 함께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내는 돈은 매년 0.5%포인트씩 8년에 걸쳐 인상하면서 받는 돈은 곧바로 내년부터 43%로 올렸다. 정부가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해 제안한, 청년과 기성세대의 보험료율을 차등 인상하는 방안도 도입하지 않았다.

젊은 층 불만은 통계로도 드러났다. 한국갤럽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 개혁안에 찬성하는 의견 38%, 반대하는 의견 41%로 엇비슷했다. 그러나 18~29세 반대 비율은 58%, 30대는 64%에 달해 젊은 세대의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점에서 3040 의원들 주장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런 목소리가 왜 진작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국회에서 모수 개혁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지 3년이 넘었는데, 왜 법이 통과한 다음에야 이런 목소리가 나왔는지 의아할 정도다. 이런 목소리가 몇 달 전부터만 분출했어도 민주당이 소득대체율 인상을 거침없이 밀어붙이지는 못했을 것이다.

30·40대 의원들은 젊은 층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내년부터 연금소득세를 국민연금에 적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내년 연금소득세 예상 세수는 7845억원, 2030년에는 1조1000억원 정도다. 기성세대가 내는 세금 일부를, 더구나 연금 소득에 대한 수입 일부를 기금으로 이전한다는 점에서 명분과 실리 모두 괜찮은 방안 같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이 1213조원 쌓여 있으니 1조원을 투입해도 0.1%에도 못 미치지만 젊은 층에게 주는 상징적인 의미는 적지 않을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에 국고를 투입하자는 주장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는 2023년 국회 연금개혁특위에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3%포인트 인상하면서 매년 GDP 1%를 국고에서 국민연금에 지원하자고 했다. 국내 GDP가 약 2500조원이므로 매년 25조원을 투입하면 100년 넘게 기금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국민연금을 신(新)연금과 구(舊)연금으로 분리하면서 구연금의 미적립 충당금 609조원에 대해 국고를 투입해 해결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정부는 현재 저소득 근로자의 국민연금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 등으로 연 1조원 정도를 국고에 투입하고 있다. 적자 상태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엔 매년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구조 개혁을 논의할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2일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국민연금과 기초·퇴직연금의 관계 재설정 등 구조 개혁은 논의 결과에 따라 모수 개혁보다 훨씬 강력한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연금소득세도 얼마든지 함께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젊은 층이 미흡한 연금 개혁에 항의한 목소리가 구조 개혁 논의에 동력을 불어넣는 에너지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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