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가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그동안 군사 지원의 대가로 희토류 채굴권을 내놓으라고 했다. 전후(戰後) 재건 사업권 등 다른 노다지도 많은데 희토류를 찍은 것은 중국과 싸움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희토류는 첨단 및 방위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광물인데 미국은 희토류의 75%를 중국에 의존한다. 미군 주요 무기의 85% 이상에 중국산 희토류가 들어간다. 트럼프가 관세 폭탄을 투하하자 시진핑은 희토류 7종에 대한 대미 수출 통제로 응수했다.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아는 것이다.
중국 약점은 곡물이다. 특히 대두(콩)의 지난해 중국 생산량은 2065만t인데 수입량은 1억503만t에 달했다. 중국에서 대두 1t을 생산하려면 토지 8무(畝·1무는 200평)가 필요하다고 한다. 수입량 1억t이면 토지 8억 무에 해당한다. 중국 전체 경작지(20억 무)의 40%를 콩 농사에 쓸 수는 없다. 볶고 튀기는 음식이 대부분인 중국에서 대두 식용유는 필수품이다. 대두 사료가 없으면 중국 돼지는 굶어야 한다. 돼지고기 값 폭등이 민심 폭발로 번지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때 관세 전쟁을 겪고 나서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줄이는 대신 브라질산을 늘렸다. 지난해 대두 수입은 브라질산이 71%이고 미국산은 21%다. 시진핑은 브라질로 달려가 양국 관계를 ‘운명 공동체’로 격상했다. 14억 인구의 밥줄이 걸린 ‘식량 안보’를 틈만 나면 강조한다. 그런데 세계 곡물 시장은 이른바 ‘4대 메이저’가 80~90%를 장악하고 있다. 대부분 유대인 자본 기업이고 유대계는 트럼프와 가깝다. 곡물 통제가 초래할 미국 피해도 크겠지만 중국엔 치명적일 수 있다.
트럼프의 대중 관세율은 84%였다. 중국이 맞대응하자 바로 125%, 145%로 끌어올렸다. 도박판 판돈 같다. 트럼프 ‘거래의 기술’은 베팅 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중국에는 밀릴 수 없다는 자존심, 정치적 위신 문제도 걸려 있다. 반면 중국인은 체면을 목숨처럼 중시한다. 시진핑이 먼저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여 중국 체면을 깎는다면 민심이 떠날 수 있다. 민주 선거가 없는 중국이지만 민심을 잃으면 숨은 경쟁자가 시진핑을 위협할 것이다.
트럼프가 동맹인 한국·일본과 관세 협상을 먼저 하겠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미국이 협상을 우선하는 국가로 한국·일본·인도·호주·영국 등 5국을 꼽았다. 한·일·인도·호주는 중국을 둘러싸고 있다. 시진핑은 지난주 핵심 지도부와 각국 대사들을 불러놓고 ‘중앙주변공작회의’를 개최했다. 중국의 주변국 외교공작 회의는 12년 만이다. 여기서 시진핑은 중·브라질 관계처럼 주변국과 ‘운명 공동체’를 강조했다. 이어 46% 관세를 얻어맞은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주한 중국 대사는 소셜 미디어에 트럼프의 90일 관세 유예 관련해 ‘중국의 반격 덕분’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서로 포위하고 고립시키려는 전면전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문제는 미·중 충돌이 관세를 넘어 확전하는 경우다. 벌써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론 불가능하다. 섬나라를 침공하려면 배로 병력을 수송해야 하는데 대만의 대함(對艦) 미사일에 중국군은 떼죽음을 당할 것이다. 대다수 중국 가정은 자녀가 한 명이라 대규모 전사자가 일시에 발생하면 민심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도 시진핑은 신형 군함과 대만 포위 훈련을 늘리고 있다. 트럼프도 군사력에서 유일한 열세인 군함 보유를 극복하려고 한국과 조선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대만해협에 불이 붙으면 한반도로 번진다. 관세율에 일희일비할 때는 아닌 것 같다.